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원제 - 凶宅, 2008

  작가 - 미쓰다 신조





  ‘쇼타’는 어릴 때부터 가끔 이상한 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어쩐지 불안하고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꼭 그 장소에서 사건사고가 생기곤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전근으로 나라 지방으로 가는 내내, 쇼타는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고 있다. 처음에는 기차가 잘못되는 걸까 생각했지만, 이사한 동네에 도착하자 쇼타는 알 수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살아야할 집 때문이라는 것을. 뱀신을 모셨다는 사당이 있는 산과 개발을 하다가 잦은 사고로 중지된 짓다만 주택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때문에 제대로 지어진 것은 쇼타네가 살 집뿐이었고, 덕분에 싸게 구할 수 있었다고 부모님은 좋아하셨다. 누나와 여동생 ‘모모미’ 역시 새 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쇼타는 절대로 그곳을 좋아할 수 없었다. 며칠 후, 모모미는 지난밤에 그것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쇼타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쇼타는 집안 곳곳에서 이상한 검은 형체를 보기 시작하는데…….

 


 지난번에 읽은 ‘화가 禍家, 2007’와 더불어 ‘집 3부작 시리즈’라고 한다. 나머지 한 권은 아직 한국에 나오지 않았다. 혹시 남은 한 권의 제목은 ‘폐가’가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생이다. 그것도 고학년이 아니라, 중학년에 해당하는 4학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을 초글링이라고 하며, 중2병에 걸린 중2 다음으로 무섭다고 한다. 이 책의 쇼타와 마을에서 사귄 친구 ‘코헤이’ 역시 은근히 무서운 아이들이다. 집에서 뭔가 보이고, 마을에 있는 할머니나 다른 사람에게서 이상한 일을 겪는데 절대로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자기가 어떻게 해볼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코헤이 역시 친구를 위해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갔다가 갇히기도 한다. 겁 없는 녀석들. 역시 초등학생은 무섭다.



  그래서 좀 답답한 부분도 있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너희들끼리 조사하고 증거를 모아서 확실해지면 말한다지만, 그러다 늦으면 어떡해! 동네 할머니 아니면 코헤이 옆집 누나에게서 이상한 일을 겪었을 때라도 얘기했어야지!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건 그것의 힘이 그렇게 커졌다는 얘기잖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혹시 쇼타가 처음부터 이사한 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말했다면, 사건의 양상이 달라졌을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의 겁 없는 행동력도 좋았지만, 어른들의 실행력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랬다면 좀 더 극적인 긴장감이 더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음, 그래서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일까? 뭔가 이상하고 불길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행동이나 사고에 제약이 있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하고 동시에 상대에 대해 끝없는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의 성격에 딱 들어맞으니 말이다. 손발이 묶인 채로 시선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상태로 다가오는 악몽을 봐야하는 설정에 딱이었다.

 


 이미 ‘화가 禍家, 2007’와 ‘기관, 호러 작가가 사는 집 忌館, ホラ-作家の棲む家’을 읽었기에, 이야기의 구성이나 흐름은 예상이 가능했다. 세 이야기 다 집에 얽힌 괴담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말이 조금씩 달랐다. 이번 이야기 역시 결말부분에서 ‘헐!’하고 놀랐다. 아, 그래서 괴담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소설 ‘잔예 殘穢, 2012’와 영화 ‘주온 呪怨: Ju-on, 2002’이 떠올랐다. ‘집’이라는 곳이 안전과 평안의 상징이지만, 그와 동시에 공포와 불안의 장소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했다. 집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은 어디서 쉬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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