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Sisters of the Revolution, 2015

  작가 - 조안나 러스, 팻 머피, 수전 팰위크, 어슐러 K. 르 귄, 파멜라 사전트, 히로미 고토, 엘리자베스 보나뷔르, 켈리 에스크리지, 반다나 싱, 캐서린 M. 밸런트, 캐롤 엠쉬윌러, 안네 리히터, 카린 티드베크, 에일린 건, 앙헬리카 고로디스체르

 

 



 

 

 

  우연히 책 광고를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꼭 읽어야 해!’라는 생각과 함께 질러버린 책이다. SF 단편집인데다가 모두가 다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있다니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다.

 

  읽으면서 무척이나 독특한 이야기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읽은 SF 소설들은 주로 남성 작가들 위주라서, 로봇이 나오거나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로 간다거나 또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범죄자를 잡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도 로봇이 나온다거나 우주선을 타기도 하고 심지어 핵폭탄이 터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다니, 참으로 놀랍고 재미있었다. 어떤 건 너무도 기발해서 그냥 읽으면서 ‘와-’하고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상한 농담이나 드립 때문이 아니라, 그냥 뭐랄까…….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쁨? 그런 느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들 또한 미국이나 영국을 벗어나 일본과 인도 작가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어서, 각 나라 특유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는 인도 작가의 단편인데, 부인의 변화를 보는 남편의 심리에서 인도 계급 사회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인의 상태를 보듬어주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전전긍긍해하는 남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일본 작가의 단편인 『가슴 이야기』는 육아와 집안 살림을 전담하는 주부와 다른 가족의 갈등을 통해 가정이란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나온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다룬 이야기들도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남아선호사상이 극에 달해, 여자가 부족해진 미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 『애들』 그리고 『공포』가 그런 내용이었는데, 조금씩 달랐다. 여자는 남자가 없어도 살 수 있는데, 남자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특히 『애들』은 설정부터 속된말로 쩌는 내용이었다.

 

  『늑대여자』는 무척이나 마음 아픈 내용이었다. 늑대인간인 여자가 인간남자를 사랑하면서 겪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란 참으로 비열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관리자를 위한 안정화 전략』『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성』그리고 『바닷가 집』은 로봇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다른 종류의 생명체와 접합되기도 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물을 만들어내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식물의 잠』은 식물이 되고 싶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해야 할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음, 그럼 인간이 돌로 되는 것도 가능할까?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책에 실린 내용 중에서 제일 코믹했다. 그렇다고 개그 드립이 마구 들어있는 내용은 아니다. 세계최초로 남극을 여행한 여성 탐험가의 얘기인데, 계속해서 이 이야기가 아문센이나 다른 남성 탐험가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그냥 웃겼다.

 

  『시공간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은 여러 신화와 한 SF 작가의 인생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여러 창세 신화를 SF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완벽한 유부녀』는 어쩐지 장편 모험극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설정이었다. 문을 열 때마다 다른 시공간으로 가는 이야기라니, 매력적이다.

 

 

  그 외에도 『숙모들』『그리고 살로메는 춤을 추었다』도 있었는데, 음. 이 이야기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단편인데 왜 내용 요약을 하려니 장편이 되는지…….

 

 

  읽으면서 무척이나 좋았던 책이다. 아직 20일이나 남았지만, 이달엔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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