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리차드 해리스
소설 중에는 제목과 작가 이름, 그리고 대략적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 더러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분명 가족 중의 누군가가 좋아해서 케이블에서 해줄 때마다 틀어져있고, 누군가 비디오나 DVD로 빌려보는 장면을 지나가면서 흘낏거리기도 했지만 정작 처음부터 찬찬히 보지 못한 작품이 있을 수 있다.
‘해리 포터’시리즈가 나에겐 그런 소설이었고 영화였다. 소설은 2권까지 확실히 읽었지만 이후는 제대로 접하지 않았고, 영화 또한 조카나 어머니가 틀어놓은 걸 지나다니면서 슬쩍 보기만 했다. 특히 어머니는 광팬이셔서,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케이블에서 하는 시리즈 전편을 보실 정도다. 심지어 작년에는 ‘명탐정 코난’을 보고 싶어 하는 막내조카와 채널을 두고 다투기까지 하셨다. 결국 “그러면 지금 빨리 너희 집에 뛰어가서 봐.”라는 말을 하셨고, 지금까지 자기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던 할머니의 그런 말에 조카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조카는 할머니가 해리 포터를 보실 때 채널을 돌리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모네 집에서 구박을 받으며 살던 어린 소년 ‘해리’는 11살이 되던 날, 자신을 찾아온 거인 ‘해그리드’를 만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존재했고, 자신의 부모는 마법사였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마법 세계를 위협하는 사악한 ‘볼드모트’와 싸우다가 죽음을 당했고, 그 때 아기였던 해리가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바람에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가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해리는 부모의 뒤를 이어 마법사가 되기 위해,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라는 친구도 만나고, 시시콜콜 시비를 거는 ‘말포이’도 만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부모의 원수인 ‘볼드모트’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꼬꼬마 해리, 헤르미온느, 론은 너무도 귀여웠다. 심지어 불량아 캐릭터인 말포이마저 귀염귀염 열매를 먹은 것 같았다. 세상에나! 어린 해리를 보면서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혼스 Horns, 2013’를 떠올렸다. 이렇게 귀염귀염한 귀요미가 그렇게 변한단 말이야? 아, 미소년 미소녀들은 절대로 외모가 변하지 않는 마법이라도 걸어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다 한 귀요미하니, 어린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어머니가 빠져버리신 것도 당연했다. 어린 꼬꼬마들이 조막만한 손으로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고, 그 작은 발을 동동거리면서 사건을 해결해보겠노라 애쓰고, 꼬꼬마들끼리 자존심싸움을 하고, 그 와중에 마법 학교 주변에는 신비한 생명체들이 우글거리니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정신없이 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악당 대장이 계속해서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아이들이 걱정되는 아빠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고 말이다.
책도 재미있었지만, 인물들이 실사로 움직이는 영화도 재미있었다. 특히 호그와트의 연회 장면은 와 진짜……. 마법은 못 배워도 음식은 먹어보고 싶었다. 마법을 배울 수 있으면 더 좋고.
얼마 전에 이 시리즈에서 ‘스네이프’ 교수 역할을 맡았던 배우 알란 릭맨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미 여기저기에서 이후 시리즈에서 나오는 교수의 일화에 대해서 들었기에, 그가 나올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저 사람이 저런 눈빛을 보낸 건가? 저런 표정을 지은 거고? 스포일러를 알고 봐도 괜찮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