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Intruders, 2011
감독 -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
출연 - 클라이브 오웬, 다니엘 브륄, 까리세 판 하위텐, 케리 폭스
스페인에 사는 ‘후안’은 엄마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이다. 어느 날부턴가 상상의 괴물 ‘할로우 페이스’, 남의 얼굴을 빼앗아가는 얼굴 없는 악령에 대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급기야 그 괴물은 현실에도 나타나 후안과 엄마를 공격한다. 이에 위기를 느낀 소년의 엄마는 카톨릭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영국에 사는 ‘미아’는 우연히 할머니 집 근처 나무 구멍 속에서 상자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할로우 페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쪽지가 들어있었고, 미아는 재미삼아 그 이야기를 이어 써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녀는 근처에서 뭔가 지켜보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그녀도 악령의 습격을 받고, 이를 막으려던 아빠가 되레 미아를 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악령이 실체를 갖고 공격을 한다는 설정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그 때문에 후안은 시력을 잃었고, 미아는 목소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뒤늦게야 그것이 상상의 괴물이 아니라 실존한다는 걸 알아차린 부모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미아의 아빠는 딸을 때렸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쫓겨나야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바바둑 The Babadook, 2014 ’도 이야기 속의 존재가 현실에 나타나는 설정이었다. 바바둑이나 할로우 페이스, 두 존재 다 사람들 마음속의 불안 같은 것을 양분삼아 자라나고, 사람들에게 퍼지면 퍼질수록 강해졌다. 다만 바바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지만, 할로우 페이스는 어린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대처법도 달랐다. 바바둑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할로우 페이스는 가족의 사랑으로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그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했다. 시작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도 있다. 뭔가를 자꾸만 생각하고 두려워하다보면, 언젠가는 그것에 지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자꾸 생각을 하다보면 엄청난 크기로 부풀려지고 무서워진다. 어떻게 보면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면 나에게 좋은 결과가 될 것이고,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면 무섭고 두려운 결과만 남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것을 말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이라는 꽤 먼 곳에 사는 후안과 미아가 어떻게 똑같이 할로우 페이스의 공격을 받았는지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좀 놀랐다. 그런 함정이! 그리고 후안이 할로우 페이스의 모델로 삼았던 존재가 누구였는지 나오는 장면에서도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 미아는? 그녀의 할로우 페이스 모델은 누구였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영화는 그리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서, 이런저런 가설만 세워볼 뿐이다. 포스터는 무서워보여서 ‘오오!’하고 골랐는데……. 그냥 사람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