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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씨4: 아포칼립스
하우메 발라게로 감독, 파코 만자네도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REC 4 Apocalypse, 2014
감독 - 하우메 발라게로
출연 - 자비에르 보테트, 마누엘라 벨라스코, 파코 만사네도, 이스마엘 프리치
처음 이 시리즈의 1편을 보았을 때, ‘와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결말부분을 보고
‘응?’하는 의문이 남기는 했지만, 흐름이나 인물의 갈등 구조, 좀비의 외모 등등 다 좋았다. 마지막에 의문을 남겨 2편, 3편을 보게 만드는
전략도 훌륭했다. 그런데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급기야 4편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굳이
봐야하는가라는 생각마저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쏘우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영향인 것 같다. 그 말은 즉, 정으로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편은 그런 기분으로 보았다.
1편과 2편은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같은 시간대에 다른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3편 역시
1편의 사건이 벌어지는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장소, 그러니까 결혼식장과 근처 교회가 중심이다. 그렇다면 4편은 어떨까? 4편은 다른 세 편과
달리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바다에 떠있는 배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1편의 생존자인 리포터 안젤라를 비롯해, 기억도 안 나는 3편의 생존자인 할머니 등 몇 명의
사람들이 배에서 눈을 뜬다. 그곳에서는 '무엇'이 아파트와 결혼식장의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어떻게 전염이 되며,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특히 연구진들은 숙주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실험용 원숭이 한마리가 우리를 탈출하면서 배에 있는 사람들마저 감염될
위기에 처하는데…….
그러니까 누군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확신을 갖지
못했거나,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실험체와 비교 대상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때문에 배 안의 사람들 모두가 다 죽을 위기에 처했다. 과연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연구인지 아니면 자기들의 지적욕망과 미지의 세계를 정복한다는 만족감을 위한 연구인지 모르겠다.
1편은 갑작스런 사태에 대응하는 인간, 2편이 인간과 영적 존재에 대한 내용 그리고 3편에서는
좀비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면, 4편은 질병과 감염 위기에 처한 인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종교에 의지하던 믿음도,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던 낙관주의도 모두 잃어버린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말만 거창할 뿐이지, 그냥 살아남기 위해 서로 의심하고 죽고 도망치는 게 다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탄산이 빠진 사이다처럼 맥이 없었다.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좀비 영화가 되어버렸다. 결말 부분에서 드라마 ‘엑스 파일 The
X-Files’ 1시즌의 8편 ‘빙하의 비밀 Ice’이 떠올랐다.
그래도 악마와 기생충 그리고 좀비를 결합시킨 발상이 신선했다. 아마 5편이 나오면 또 볼 것이다.
쏘우나 레지던트 이블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