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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인사이드 [dts] - [할인행사]
롤랑 수소 리히터 감독, 라이언 필립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원제 - The I Inside, 2003
감독 - 롤란드 수소 리흐터
출연 - 라이언 필립, 사라 폴리, 파이퍼 페라보, 스티븐 레아
원래는 SF로 분류했다가 다 보고 나서 스릴러로 재분류한 작품이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사이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2000년인데, 의사는 2002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까지 있다고 하지만, 그는 결혼한 기억이 없다. 지난 2년간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의사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그에게 자꾸 일어난다.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하고, 어느 순간부터 사이먼은 시간을 뛰어넘어 2000년과 2002년을 오가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영화를 볼 때는 시간대를 왔다 갔다 하는 내용 때문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까봐 집중하느라 아무 말도 못 했고, 다 보고 나서는 ‘헐…….’하는 마음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게 그것과 연결되고, 저건 이거랑 이어지고, 저건 그거였단 말이지? 볼 때도 그랬는데 본 뒤에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어느 일당이 부유한 상속자인 주인공에게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세트장을 만들어 병원이라 하고 주인공을 속이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까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사이먼이 두 시간대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층은 2000년이고, 다른 층은 2002년. 이렇게 해서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 재산을 빼앗으려는 것이라 추측했다. 아내라는 사람까지 등장시켜서 유언장에 사인만 하면 모든 것이 완성된다.
그런데 그런 예상은 사이먼이 기억을 되찾아가면서 흔들렸다. 자신이 형의 약혼녀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형이 목격한다. 그 때문에 말다툼하다가 사이먼이 실수로 형을 밀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한 간호사가 형이 마지막 순간에 사이먼이 자길 죽였다고 말했다는 녹음을 들려준다. 그는 절망한다. 내가 형에게 그랬을 리가 없어! 그리고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형과 싸움을 하던 그 장소로. 그 장면을 보면서 앞서 떠올렸던 가설을 지워야했다. 설마 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걸까? 2000년에 실수로 사이먼이 죽인 환자가 2002년도엔 살아있었지만 곧 죽는 장면에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든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현재에도 일어난다는 뜻인가? 바꾸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의민가?
사이먼은 형을 살리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형 약혼녀의 사랑 고백도 거절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니, 상황은 더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만 하다.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거야? 언젠가 누구나 다 멈춰야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고통의 여정. 사이먼이 겪는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았다. 더 잘해보려고 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진실이라 말해주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깨닫는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