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범이다 (1disc)
정병길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영제 - Confession of Murder, 2012

  감독 - 정병길

  출연 -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헐, 스토리 대박!

 

  영화를 보다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는 사람의 뒤통수를 아주 제대로 후려쳤다. 그런데 맞아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도리어 '이야, 이거 진짜 확실히 당했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기꺼이 몇 대를 맞아줄 수 있었다.

 

  정재영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연쇄살인범이 있다. 거의 잡았는데 눈앞에서 놓쳐버린……. 사건들이 공소시효만료가 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이 살인범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다 알고 있는 남자 박시후. 자신이 진범이라는 주장 때문에 사건을 다룬 그의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팔리고, 훤칠하게 생긴 외모덕분에 그에게는 광적인 팬들까지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정재영은 박시후가 마지막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점에서 진범이 아니라 생각한다. 한편 실종된 피해자의 엄마인 김영애는 다른 유가족들을 모아서 박시후를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한 남자가 생방송 토론 중인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박시후는 가짜이고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가 진범인지, 마지막 실종자는 죽었는지, 피해자 유가족들은 과연 목적을 이룰 수 있는지, 정재영은 진범을 잡을 수 있는지와 같은 여러 가지 설정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마지막 실종자와 정재영의 관계가 중반이후부터 조금씩 드러나며, 왜 그가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처음부터 밝혀졌으면 신파로 흘러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액션도 괜찮았다. 도로에서 박시후를 납치해가는 유가족들과 그를 막으려는 경호원의 충돌은 너무도 아슬아슬하게 보여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특히 진범이라 주장하는 전화가 정재영의 집에서 걸려왔다는 게 밝혀졌을 때, 그 전에 본 '악마를 보았다.'가 떠오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졌다. 정재영은 세차장을 하는 노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설마 어머니를 죽인 건가? 계속 두근두근 거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결말 부분의 추격 장면은 너무 길었고 진부했다. 적당히 치고 빠졌어야 했는데,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서인지 계속해서 부수고 치고 다니는 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 좀 분량을 줄여서 압축해도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유가족 중의 한 명에게 개그 캐릭의 역할을 맡긴 것 같은데, 그게 좀 별로였다. 그렇게 웃음을 주지도 않았고,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나 행동도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간혹 거슬릴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는 좋았다. 얼굴만 보고 광팬이 되는 속칭 '얼빠'에 대한 은근한 디스도 괜찮다. 박시후가 잘생기지 않았으면 변호사도, 출판사 직원도, 여자 팬들도 그렇게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지 않았으면 그가 쓴 책이 그렇게 잘 팔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경호원들이 몸 바쳐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의 완성은 얼굴과 돈이란 말인가…….

 

  시청률과 특종에 혈안이 된 언론의 모습 역시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요즘 기사를 보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유가족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명목 아래 마구 파헤치는 그들의 모습은 혀를 차게 했다. 저들은 배려라든지 보호라는 말을 모르는 걸까? 그들의 행동이 너무도 한심하게 여겨졌다.

 

  유가족의 개인적인 응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도 주었다. 어쩌다보니 주말에 연달아 본 '악마를 보았다'와 이 영화 둘 다, 피해자 가족의 개인적인 응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흐음. 할 수 있다면 할 것 같다. 그것도 가능한 아주 고통스럽게.

 

  웹서핑을 하다보면 교도소 시설을 보여주는 사진을 간혹 볼 수 있는데,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 재판 기사를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저지른 죄에 비해 형량이 적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형량은 조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때그때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법을 바꾸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반영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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