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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럼
크리스티앙 알버트 감독, 데니스 퀘이드 외 출연 / 대윤비디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Pandorum, 2009
감독 - 크리스티앙 알바트
출연 - 데니스 퀘이드, 벤 포스터, 캠 지갠뎃, 안트예 트라우에
제목인 ‘팬도럼’은 검색해보니 ‘인간이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 장기간 생활할 때 나타나는 공황상태’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인 것이다. 제목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생각이 바뀌었다. 괴물이 나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호러 같기도 하고, 과연 우주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는 걸 보니 스릴러 같기도 하고……. 요즘은 퓨전이 대세라서 그런지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SF라고 영화 소개에 나와 있으니 SF라고 우겨보겠다.
늘어난 인구와 고갈되는 자원 때문에 지구는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 ‘타니스’를 발견하고, 선발대를 태운 ‘엘리시움’호가 출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면상태이고 몇 명만이 조별로 돌아가며 깨어나 우주선을 관리하기로 되어있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수면상태에서 깨어난 ‘페이튼’과 ‘바우어’는 전임 관리자들이 모두 죽어있고, 우주선 안에 이상한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은 멈춰버린 동력을 재 작동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여 바우어는 동력실로 향한다. 그 와중에 그는 시체와 살아있는 몇몇 사람을 만나 같이 행동하기로 한다. 또한 페이튼 역시 ‘갤로’라는 남자를 구하는데, 이 사람 뭔가를 알고 있다! 한편 바우어는 우연히 만난 자칭 요리사를 통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데…….
감독은 괴물의 탄생 배경을 통해 인간의 광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안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무자비하며 비이성적인 존재인지 잘 드러나 있었다. 물론 그것이 ‘팬도럼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얘기였다. 만약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을 가졌다는 환상에 빠진다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얘기가 떠올랐다. 한 사람이 광맥을 발견하려고 한참동안 땅을 파다가 포기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뒤이어 조금만 더 파보자, 보석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여기서도 그랬다. 진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반전이 드러난다.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기에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감독은 비록 인간이 부족한 점이 많은 존재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인간이고, 그러니까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쉬운 부분도 더러 있다. 인물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대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요리사가 그러하다. 도대체 그는 얼마나 오래 살아왔기에 그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건지 진짜 궁금하다. 그도 누군가에게서 들은 것인지 아니면 직접 겪은 것인지.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면 의아한 부분이 많지만, 문득 얼마 전에 본 ‘스크림 4 Scream 4, 2011’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멈췄다. 거기서 이것저것 따지면서 공포 영화의 말도 안 되는 부분을 짚던 소녀가 살해당한다. 영화 보는데 말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감상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