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랙티드
니르 패니리 감독, 제니 몰렌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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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xtracted, 2012

  감독 - 니르 패니리

  출연 - 사샤 로이즈, 제니 몰렌, 도미닉 보가트, 리처드 릴

 

 

 


 

  영화를 보면서 '더 셀 The Cell, 2000'이라든지 '인셉션 Inception, 2010'같은 작품이 떠올랐다. 세 작품 다 타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비슷했다. 아! 그러고 보니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도 기억을 조작하는 내용이니 비슷한 범주에 넣어도 될까? 하지만 굳이 다른 점을 고르자면 이 영화는 기억을 살펴볼 수 있는 설정이었고, '더 셀'은 무의식의 세계 그리고 '인셉션'은 꿈을 조종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소극적이고, 다른 영화들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다는 게 다를 수도 있다.


 

  톰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낸다. 그러자 투자자가 그에게 그 실험을 할 대상자를 지목한다. 연인을 죽인 혐의로 수감 중인 앤서니라는 마약 중독자였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톰이었지만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실험을 수락한다. 하지만 실험 도중 사고가 생기면서, 톰은 앤서니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식물인간의 상태로, 그는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4년 후…….


 

  앤서니는 연인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증거는 그에게 불리하기만 하다. 특히 사건이 일어났던 날, 약에 취해 아무 기억이 없다는 것이 제일 문제였다. 톰은 반드시 그의 기억 속에서 빠져나와, 사랑하는 부인과 오래 전에 태어났을 아이를 만나야 한다. 우연히 자신의 머릿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서니는 톰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애인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앤서니의 기억을 탐험하는 톰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액션장면이 있다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만 강하게 줄 뿐이었다.

 


  대신 계속해서 '인간의 기억이란 완전한 것인가? 세뇌가 가능할까?'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앤서니의 기억이 등장하는데, 외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감독은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세뇌할 수 있다고 은근히 말하고 있다.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앤서니가 기억하는 연인과의 마지막 만남이 어떻게 보면 강요와 압박에 의해 강제로 주입되고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어떤 드라마였더라?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 Law & Order SVU' 시리즈였던 것 같다. 거기서 어릴 적에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주입되었을 수도 있다는 소재였다. 강간은 실제로 일어났는데 피해자가 자기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여러 가지 기억을 덧붙이는 바람에 상황이 복잡하게 꼬인 경우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똑같은 인물을 본 수십 명의 사람이 각자 다른 얘기를 하는 실험도 본 기억이 난다. 목격자의 증언이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의외로 연약한 것이었다. 이 영화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녹음을 하고 녹화를 하는 모양이다.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녹음이나 녹화도 편집할 수 있으니……. 세상에 믿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이건 기계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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