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웨스 크레이븐
출연 - 데이빗 아퀘트,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스킷 울리히
이 작품을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다. 다소 긴 오프닝 - 지금 확인해보니 거의 12분에 달하는 - 이었지만, 마치 단편을 하나 본 느낌이었다. 거기다 모노드라마처럼 거의 혼자 극을 이끌어가던 드류 베리모어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에서 제일 예뻤기에 안타까웠다. 이 엄청나게 멋진 오프닝이 앞으로 펼쳐질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공포영화광, 하이틴 꼬꼬마들 그리고 살인.
학교의 킹카와 퀸카가 살해당한다. 오프닝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1년 전, 시드니의 엄마가 살해당한 후 또다시 벌어진 끔찍한 일에 온 마을은 공포에 떤다. 물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언론이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그 와중에 살인마의 전화에 습격까지 받은 시드니는 또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시드니 엄마의 범인으로 잡힌 남자의 무죄를 믿는 기자 게일이 빠질 리가 없다. 한편 시드니의 아버지는 출장을 떠나는데, 협박 전화가 그의 핸드폰에서 왔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때문에 경찰은 아내의 죽음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남편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한다. 시드니는 자신의 엄마에 대해 좋지 않은 기사를 쓴 기자 게일과 한바탕 싸우고 남자친구 빌리를 의심했다는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스튜어트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던 밤, 살인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대사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마치 그들이 존재하는 곳이 영화 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아니면 영화 속의 세계에서 살고 싶어서 그런 척을 하는 것처럼, 온갖 영화의 대사와 설정 등이 줄줄 튀어나온다. 예를 들면 빌리가 시드니에게 '우리 관계는 tv판 같아'라고 한다거나, 공포 영화의 법칙을 들먹이며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이들의 그런 대화중에 스포일러가 하나 섞여있었다. 설마 감독이 노린 거였을까?
영화에서 웃겼던 건, 드류 베리모어가 살인범인지 모르고 통화를 할 때 이런 얘기를 한다. 나이트메어가 1편만 빼고는 다 꽝이라고. 처음에는 감독이 누군지 몰랐는데, 웨스 크레이븐이라는 걸 알고 보니 너무도 웃겼다. 그러니까 이 감독님이 자기가 만들어낸 프레디를 엉망으로 망쳐버린 2편부터 6편까지 각본가나 연출가 등등의 관련자들을 욕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이트메어'시리즈는 1편이 제일이다. 2편부터는 휴우……. 내 생각과 감독님 생각이 똑같았나보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범인의 정체는 놀라웠다. 그 당시 무척이나 충격적이었기에, 미국에서 개봉하고 3년이 지나서야 우리나라에서 상영될 수 있었나보다. 극장에서 보면서도 범인의 정체가 드러날 때 좀 놀랐다. 어느 정도 티가 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아! 더 이상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처음에는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냥 친구 따라가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재기발랄한 젊은 감독이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헐? '나이트 메어'의 그 감독이라고?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영화의 분위기는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80년대와 90년대의 차이 때문이었을까? 지금 다시 두 영화를 연달아 보면서 비교해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의 하이틴 슬래셔 무비들이 갖고 있는 공식 같은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그런 공식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간혹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살인마에게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처녀뿐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시드니의 절친이자 금발에 백치미를 가진 친구 테이텀으로 나온 배우가 '플레닛 테러 Planet Terror, 2007'의 로즈 맥고완이라는 걸 이번에 알고 충격에 빠졌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