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Blair Witch, 2016
감독 - 아담 윈가드
출연 - 칼리 헤르난데즈, 제임스 앨런 맥퀸, 코빈 라이드, 밸러리 커리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9년, 세기말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이 무성했을 때, ‘블레어 위치 Blair Witch,1999’라는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그 당시 어렸던 동생과 나는 극장에는 못 가고 나중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집에서 보았는데,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영화 기법도 그 전까지는 잘 보지 못했던 핸드헬드 기법에, 다큐멘터리 형식을 한, 결말이 명확히 나지 않는 구성이어서 다 보고 나서 동생과 도대체 그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했던 것 같다. 이후 2편이라는 영화도 빌려봤는데, 그건 무척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2016 올해, 새로운 블레어 위치가 나왔다. 처음에는 리메이크일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이야기에서 17년이 지난 후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었다. 17년 만에 후속작이라니! 세상에나! 게다가 감독의 전작인 ‘유 아 넥스트 You're Next, 2011’을 재미있게 보았기에 어느 정도 기대감도 들었다.
‘제임스’에게는 17년 전 버킷츠빌에서 실종된 ‘헤더’라는 누나가 있다. 그는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보게 된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17년 전 사람들이 숲을 뒤져도 찾지 못했던, 누나의 카메라에 찍혀있던 오두막과 누나라고 의심되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제임스는 친구인 ‘피터’, ‘리사’ 그리고 ‘애슐리’와 함께 숲으로 향한다. 인터넷에 영상을 올린 지역 주민인 ‘레인’과 ‘탈리아’도 동행하여, 모두 여섯 명이 오두막을 찾기로 한다. 첫 날, 애슐리가 부상을 당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들이 잔 텐트 위에 나무로 된 마녀의 상징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공포에 질린 그들은 숲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같은 장소를 맴돌기만 한다. 또한 아침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고,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1인칭 카메라 시점 영화는 주인공과 보는 사람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이 보는 것과 내가 보는 것이 똑같기에, 내가 주인공의 입장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작품에도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났다. 후반부에 리사가 오두막에서 길을 찾는 장면은 내가 마치 그런 상황에 놓인 것 같아서 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카메라 바깥에 있는 상황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대사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들어있거나, 무슨 상황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했다. 귀에 꽂는 소형 카메라는 물론이고 드론까지 사용하고,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카메라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다만 화면이 너무 왔다 갔다 하니 산만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 외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초반에 등장인물 소개가 너무 길어서 좀 지루했다. 물론 관대한 나는 17년 만에 속편을 만들었으니,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아무리 신뢰가 깨지고 다툼을 했다지만. 어떻게 길도 모르는 숲에서 따로 다니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문제가 있으면, 우선 그곳을 빠져나온 다음에 마무리 짓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일행의 반목과 다툼을 보면서 그냥 한숨이 나왔다. GPS와 드론을 너무 믿는 게 아냐?
게다가 누나가 사라질 당시 제임스는 4살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17년 동안 사진으로 봤다지만, 얼핏 보고서 ‘누나다!’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게다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데, 어떤 근거로 그게 누나가 부르는 것이라 믿을 수 있을까? 둘이 만나지 못한 게 무려 17년이다. 그런데 어떻게 누나가 자신을 정확히 알아본다는 사실에 의심하지 않는 걸까? 누나가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은 4살짜리 꼬꼬마인데, 어떻게 21살짜리 다 큰 청년인 자신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바본가? 그 장면에서 역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냉정한 판단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 발 양보해도, 너무 답답했다.
마무리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끝이 났다. 음, 그걸 다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으니 패스하겠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결말을 뭐로 할 지 결정을 못해서 다 집어넣었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