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더더 사랑해 병아리 도서관 13
허아성 지음, 김가희 그림 / 파란정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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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허아성

  그림 - 김가희


 




 

 

 


  어릴 때, 동생과 나는 부모님이 오빠만 좋아하신다고 투덜거렸다. 지금도 가끔 술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기도 하는데, 그러면 오빠는 도리어 부모님이 너희를 더 귀여워하셨다고 반격한다. 어머님은 그 얘기를 들으시면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셋 다 똑같이 사랑했다고 하시지만, 글쎄? 그리고 이 다툼은 조카들, 그러니까 어머니에게는 손자들까지 이어진다. 서로 할머니가 누굴 더 사랑하는 것 같다고 자기들끼리 쑥덕대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의 남매는, 우리 집과는 반대로 자기들이 엄마를 더 사랑한다고 싸운다.

 

 


  어느 겨울날, 집에서 내복만 입고 있던 남매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남자아이가 자기는 엄마를 매일 아침 안아준다고 하자, 여자아이는 거기에 뽀뽀까지 한다고 으스댄다.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큰 집을 사준다고 하자, 여자아이는 겨우 그거냐고 자기는 성을 사줄 거라 장담한다. 결국 둘의 상상은 엄마에게 우주를 사주는 것에까지 확장된다. 하지만 정작 엄마가 심부름을 해달라고 하자, 둘은 서로 미루기만 하는데…….




  설명은 하나도 없이, 그림과 대사로만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런데 어떤 상황인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지 잘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대사와 그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안아주기’같이 일상적인 것에서 비교하더니, 나중에 ‘우주’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는 걸 보면서, ‘귀여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조카들이 어렸을 적에 누가 더 할머니를 사랑하는지에 대해 애기했던 게 떠오른다. 물론 난 장난이었지만, 그 애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내 할머니야!’에 ‘내 엄마거든?’라는 사소한 대응에서 나중에 ‘내가 고모보다 백에 백에 천에 만에 억만배 더 사랑하거든?’까지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난 거기에 ‘응, 난 그거 받고 거기에 무한’으로 답했지만. 절대로 조카들에게 져주지 않는다! 고모의 자존심을 걸고!

 


  그림을 보면, 두 남매가 싸우는 자리에 아빠도 있었다. 소파에 누워서 둘이 말다툼하는 걸 웃으면서 지켜보다가, 결정타를 날리는 역할을 한다. 서운한 표정으로 ‘아빠는 얼마큼 사랑해?’라는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안 해서 아쉬웠다. 앗! 설마 2권이 나온다면, 거기서 아빠를 얼마큼 사랑하는지 싸우는 걸까? 엄마에게 우주를 사준다던 아이들이 아빠에게는 뭘 사준다고 할 지 궁금하다. 블랙홀? 태양?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왜 엄마는 만날 집에서 긴 치마를 입고 있는 걸까? 앉아서 종아리까지 올 정도면 일어섰을 때, 꽤 길 텐데. 거기다 폭도 좁아 보이는데, 집에서 활동하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이제는 ‘엄마 = 홈드레스’라는 공식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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