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겁쟁이 펭귄 아치
앤디 래쉬 글.그림, 최순희 옮김 / 현암주니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Archie the Daredevil Penguin, 2015

  작가 - 앤디 래쉬

 





 

 

 

  제목이 너무 재미있다. ‘용감한 겁쟁이’라니. 그거 모순되는 말 아닌가?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용감하다는 평을 받는 펭귄이다. 커다란 새총을 만들어 직접 하늘로 날아본다거나 산꼭대기까지 혼자 올라가기도 하고 산비탈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고 심지어 로켓을 만들어 날아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에 친구들을 ‘오오!’하고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해한다. 왜 아치는 자신들과 같이 평범하게 헤엄을 치고 놀지 않는 걸까? 그건 바로 아치에게는 친구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못할 엄청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치는 펭귄이지만, 물과 물속 생물들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헤엄치지 않고 친구들과 이동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발명품을 만들려고 애쓴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치에게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가 닥치는데…….

 


 

  왜 펭귄은 꼭 헤엄을 잘 쳐야만 하는 걸까? 물론 그러지 않으면 식량을 구하지 못해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헤엄을 쳐야 하지만, 그런 과학적인 얘기는 넘어가자. 수영 말고 다른 걸 잘하는 펭귄이 태어날 수도 있고, 물을 싫어하는 펭귄이 생길 수도 있다. 아치는 그런 유형으로 태어나,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자신을 물에도 못 들어가는 겁쟁이라고 놀릴까봐 두려워서였다.

 

  인간 세상도 비슷하다. 누구나 다 똑같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A를 더 잘하는 사람도 있고, B는 잘하지만 C는 아주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사회는 그런 개인차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ABC를 다 잘 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D를 잘할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시스템이 정한 ABC만 잘해야 한다. 그럼으로 아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개개인의 개성이나 특성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다행히 펭귄인 아치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았지만, 인간인 아이들은……잘 모르겠다. 어린이용 동화책답게 아치의 이야기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러하냐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네’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 조카들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각자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바란다. 아치처럼 자기가 잘하는 것을 활용하고,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발전하려는 욕심을 가지면 좋겠다. 또한 아치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그러면 나중에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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