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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김성홍 감독, 문성근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영제 - Missing, 2009
감독 - 김성홍
출연 - 문성근, 추자현, 전세현, 오성수
배역을 부탁하고자 감독과 함께 양평근처 토종닭 집으로 온 ‘현아’.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감독과 아는 사이라던 식당 주인 ‘판곤’이 둘을 공격한다. 감독은 제대로 반격도 못한 채 살해당하고, 현아는 창고에 갇혀 성노리개가 되어버린다. 한편 ‘현정’은 동생 현아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바탕으로, 동생을 찾아 나선다. 경찰의 시큰둥한 반응에 현정은 혼자서 시골 마을을 샅샅이 뒤지고, 마침내 판곤을 찾아낸다. 하지만…….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났던 영화다. 경찰의 무능함과 의욕 없음, 그리고 남자들이 여자를 어떤 식으로 여기는지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정이 기지국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찾아간 마을에서 경찰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와야 조사를 해줄 수 있다는 반응이다. 확실한 증거를 민간인이 찾을 수 있으면, 경찰이 왜 필요한 건데? 그걸 못하니까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기지국을 바탕으로 동네를 찾았는데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면, 경찰이 말하는 확실한 증거는 뭘까?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간혹 예전에 경찰이 사건을 조작하거나 증인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아마 이 영화에서 나온 경찰들은 그런 경우를 모델로 한 것 같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커피를 배달하러 갔던 종업원이 어느 집에서 뛰쳐나오며 소리친다. “돈이 없으면 집에서 딸딸이나 쳐라!” 그리고 동생의 사진을 보여주는 현정에게 마을 남자들은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고것 참 맛나게 생겼네.” 반항하는 현아를 폭행하며 판곤은 말한다. “어딜 개가 주인을 물어?” 그들에게 여자란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일 뿐,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직 ‘섹스를 할 수 있는가? 아닌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는 불편했다.
여자를 잡아다가 감금하고 고문하고 성적 학대를 하고 죽이는 영화나 드라마는 상당히 많다. 대개 범죄자들은 비겁하기에 자기보다 강한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희생자는 거의 여자나 노인 또는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런 작품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왜 그런 걸까하고 한참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현아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언니인 현정을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고립감이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판곤의 비정상적인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현아가 고통 받는 장면이 너무 오래나왔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은 꼭 필요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걸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판곤의 잔혹함을 충분히 보여줄 다른 방법들이 많았을 텐데……. 현정의 고립감에 대한 것은, 또 다른 여성출연자인 다방 종업원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그녀를 도운 유일한 존재는 바로 그 다방 종업원이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남자들은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그녀를 무시하거나 성적 도구로만 보았다. 이 세상의 반은 남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 반이나 되는 존재에게서 도움을 받기는커녕 적의와 욕망에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결말 역시 통쾌하다기보다는 찝찝했다. 속 시원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또 다른 판곤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실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는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