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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경하는 들러리양 4 (완결) ㅣ 구경하는 들러리양 4
CL프로덕션 / 2016년 6월
평점 :
작가 - 엘리아냥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고, 사실상 본편의 마지막 권이다. 5권은 외전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3권에서 ‘라테’는 ‘이벨린’을 해하려는 ‘페리도트’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를 용납 못하는 페리도트는 이상한 강도단을 보내 라테를 괴롭힌다. 급기야 그녀는 사냥대회에서 라테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페리도트가 바꿔치기한 공간 이동 마법 스크롤 때문에 맹수들이 판치는 숲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라테의 인형에 위치추적기를 붙여놓은 ‘아윈’이 그녀를 구하러 달려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라테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짱짱쎈 마탑주 아윈이 라테가 그 사건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페리도트 가족을 처리해버린다. 한 나라의 공작 가문을 지도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물론 그건 그 집안이 전부터 악행을 많이 저질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작가의 비리를 캐던 마탑의 직원이 이런 대사를 한다. “이런 년이 아직도 안 죽고 살아 있었던 게 신기하네요. 신은 없는 듯?”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로맨스 물이니까 주인공이 자기만 아껴주는 남자 만나서 닭살 행각을 벌이는 게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라테와 아윈의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는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닭살이 돋기도 했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결국 라테는 한 게 없었다. 초반에 있었던 소소한 괴롭힘은 자기 힘으로 극복했지만, 엄청난 괴롭힘은 결국 남자친구가 처리해줬다. 아, 엄밀히 말하면 그 당시엔 남자친구도 아니었다. 그게 이벨린과 뭐가 다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벨린도 자기가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다 치워주고 카펫을 깔아주었으니 말이다.
아마 그래서 작가가 이벨린에게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버린 것 같다. 후반에 이벨린과의 만남에서, 라테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가 넘치는 사랑과 애정 속에서 자라났기에 상냥한 성품으로 컸다는 소설 속의 서술이 가진 모순을 알아차린다. 즉, 착해서 상냥한 것이 아니라, 상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상냥해졌다고 말이다. 심성이 착해 남을 미워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를 대신해 나서주는 사람이 많아 신경 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주인공 라테를 개념녀로 만들기 위해, 이벨린을 정신적으로 덜 자란 멍청이로 만들어버렸다. 라테에게 아윈을 엮어주기 위해, 이벨린의 주인공 버프를 약하게 하기 위해, 곱게 자란 남의 집 딸네미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어차피 라테도 아윈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해결했는데 말이다.
거기다 아윈이 라테의 인형에 이것저것 마법을 걸어놓은 것도 어떻게 보면 오싹했다. 위치추적기라니……. 자상하고 따뜻한 게 아니라 집착이잖아!
중후반에 아윈이 어떻게 원작 소설의 흐름에서 벗어나는지, 라테가 그 전까지 이 세계를 그냥 소설 속에 들어온 것으로만 여기다가 현실로 자각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부분을 잘만 활용하면, 단순히 웃고 즐기는 개그물이 아니라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인식의 세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를 한 느낌이 드는 4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