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2disc) - 화보집(80p)+아웃케이스+2단 디지팩
류승완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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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Veteran, 2014

  감독 - 류승완

  출연 -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정웅인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원인 서도철. 국제 불법 중고차 매매 사건을 처리하고 쉬는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평소에 자신을 도와줬던 트럭 운전사 배씨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임금체불과 갑작스런 계약 해지로 1인 시위를 하던 그가 본사 건물에서 투신을 했다는 것이다. 신진 그룹의 재벌 3세인 조태오와 최 상무를 비롯해 관할 경찰서와 다른 관련자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서도철. 그가 사건을 캐기 시작하자, 위에서 엄청난 압박이 들어온다. 이에 서도철은 이 사건이 단순 투신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데…….

 

 

  전반적으로 영화의 흐름은 좋았다. 빠르게 흘러가다가 쉬는 시간도 좀 주고, 그러다 다시 빠르게 진행되고, 그 와중에 웃으면서 여유를 가진 시간을 또 주는 식으로 호흡 조절이 좋았다. 마치 탁구를 치듯이 서도철과 팀원들이 한 번 공격하면 조태오와 그 실무진들이 반격을 하고, 그러면 수비를 하면서 다시 공격하고, 또 그걸 받아넘기면서 역공을 하고…….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감독은 조태오를 통해 그동안 뉴스에서만 접했던, 재벌과 유명인이 일으켰던 여러 가지 사고들을 다시 보여주었다. 그동안 문자나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들을 때는 그냥 ‘그랬구나. 하여간 미친놈들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영상으로 재연되는 걸 보니, 와, 진짜……. 와…….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개한테 미안해서 욕하던 것을 멈추긴 했다. 개야 미안해. 널 비하하려던 건 아니었어. 영화라서 상상으로 넣은 사건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니 한숨도 나왔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벌인 걸까? 문득 ‘대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연기에 한해서는 구멍이라 불릴 인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매 장면이 다 인상적이었고 멋졌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최 상무 역할을 맡은 유해진이 서도철 역을 맡은 황정민과 일대 일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었다. 특히 유해진의 연기에는 그냥 감탄만 나왔다. 와, 저렇게 차분하면서 재수 없고 확신에 찬 연기가 가능하구나. 상사에 아부하면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비굴하고 야비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사실 그가 내부 고발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그렇게까지 자존심 다 버리고 설설 기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사람마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다르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피해를 주면서까지 살고 싶을까하는 의문은 들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서도철의 부인인 주연 역을 맡은 진경이 남편 사무실로 찾아가는 부분이었다. 그 전에 최 상무가 고가의 선물과 현찰을 들고 그녀를 회유하고자 찾아가는 사건이 있었다. 그의 제의를 거절하고 남편을 찾아간 그녀는,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말한다. 남편이 혹시 부패 형사의 길을 걷는 게 아닐까, 남편에게 실망할까 걱정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당차게 남편의 팀원들 앞에서 할 말 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편 정신 차리라고 가차 없이 패는 장면은 진짜 멋졌다. 음, 역시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남편 앞에서 당당하게 독립운동 한다고 말하고, 자신을 겨눈 총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역시 영화 ‘암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분이 여기서 팀장 역을 맡고 있다. 환생해서도 나라를 위해 일을 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뼛속까지 애국자!

 

 

  결말이 통쾌해서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영화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급우울해졌다. 병 주고 약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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