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 한정판 (2disc) - 시나리오포토북 + 선언문 + 지도 + 엽서 7종
최동훈 감독, 이정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영제 - Assassination, 2015

  감독 - 최동훈

  출연 -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1933년, 김구와 김원봉은 친일파 ‘강인국’과 조선주둔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의 암살을 계획한다. 그러기 위해 일본이 모르는 세 명의 요원을 파견한다.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그리고 폭탄 전문가 ‘황덕삼’이 그들이다. 순조롭게 경성의 아네모네 마담과 접선한 세 사람은, 목표인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때를 노리기로 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는 변수가 있었으니, 김구의 심복이지만 사실 일본군의 밀정인 ‘염석진’ 대장과 그가 고용한 킬러 ‘하와이 피스톨’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점이었다. 밀정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염석진은 상해에서 경성으로 건너와 그들을 잡아 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되었고, 하와이 피스톨은 셋을 죽이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덕분에 세 사람의 암살 계획은 무산되는데…….

 

 

  영화는 긴박감이 넘쳤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위험에 처한 요원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자 노력했다. 비록 그렇게 되면 거의 100% 확률로 죽지만 말이다.

 

 

  왜 그들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래야했을까? 영화는 국가의 중요성이 어떻고 애국이 어떻다고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일본군이 죽인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이는 돈을 준다고 하기에 그 일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돈과 복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질 수 있을까? 감독은 자연스레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밑바탕에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뭔가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한 뉴스를 보면서, ‘집에 가자!’를 외치는 독립군들의 모습은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고 지켜내려 애썼던 ‘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집으로 돌아와 뭐라고 말할지 들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그렇고 극의 흐름도 무척 좋았다. 염석진이 왜 김구를 배신을 해야 했는지 심리 묘사도 훌륭했고, 하와이 피스톨이 청부살인업자에서 애국 청년으로 돌아서게 되는 흐름도 괜찮았다. 두 사람의 심리 묘사는 그럭저럭 좋았다.

 

 

  안타까운 점은 안옥윤에 대한 부분이었다. 영화에서 그녀는 출생의 비밀이라기보다는 성장과정의 비밀이 있었는데, 그게 극의 흐름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여 년 전, 강인국은 데라우치 총독 암살에 관여한 부인을 무참히 죽여 버린다.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그때 부인은 쌍둥이 딸을 데리고 있었는데, 한 명은 강인국이 기르고 다른 한 명은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자라게 된다. 그 딸이 바로 안옥윤이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의 친부를 죽이라는 밀명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극은 무척이나 어색해진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강인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그녀의 심리가 애매모호해졌다. 생각해보자. 아기일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자기와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놀랄까 안 놀랄까? 영화에서 강인국이 기른 ‘미츠코’나 안옥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냥 어릴 때 자매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는 식으로, 마치 어제 신문에서 본 기사를 말하듯이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성인이 되었기에 가족 간의 정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안옥윤의 처소를 알아낸 강인국은 미츠코를 그녀로 오해하고 직접 쏴 죽인다.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이다. 그걸 안옥윤은 숨어서 지켜본다. 또한 그 자리에서 친엄마를 죽인 것이 그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정이라든지 반가움을 느낄 기회는 하나도 없었다. 대신 증오심만 커졌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친부가 누구인지 알았건 몰랐건, 그에게 가족의 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알고 왔으면 독한 것이고, 모르고 왔어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그냥 타깃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강인국에게 총을 겨눈 안옥윤은 망설인다. 왜? 그 전까지 냉철한 저격수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여기서는 더없이 여린 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 이보시오, 감독님! 각본가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그 전까지 그녀가 아버지에게 정을 느낄 건덕지도 주지 않았으면서, 이 무슨 갑작스런 망설임과 가족애란 말이오! 이게 말이 되오? 그 때문에 그녀의 후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나중에는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는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뭐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정 흐름이 있지?

 

 

  영화는 다 좋았는데, 안옥윤의 심리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무척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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