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Amityville Horror, 1979
감독 - 스튜어트 로젠버그
출연 - 마고 키더, 제임스 브롤린, 로드 스타이거, 제임스 톨칸
얼마 전에 본 영화 ‘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의 오프닝에서 등장했던 귀신 들린 집이 있었다. 워낙에 유명한 심령 스팟이라 그 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을 정도였다. 어느 여름날 동생과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걸 보다가 정전이 되는 바람에, 나중에 비디오로 빌려보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리메이크작은 감상문을 썼지만,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작품은 기록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적어보기로 했다.
어느 천둥번개 치는 날, 일가족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1년 후, 조지와 캐슬린 부부가 집을 보러 온다. 사람이 죽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집값도 싸고 창고에 보트하우스까지 있어서 그들은 과감하게 이사하기로 결정한다. 처음에는 서로 사랑하고 화기애애하던 그들이었지만, 남편을 시작으로 조금씩 이상해지는데…….
부부가 집을 보러 와서 방문을 열 때마다 전에 있었던 살해 장면을 보여주는 편집방식이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그들이 이사 오면 이런 꼴이 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 같았다.
악령의 영향 때문에 아이들과 새아빠인 조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처음에는 무척 사이가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지가 신경질적으로 변하면서 차가워진다. 그 때문에 아이들에게 고함도 치고, 부인과도 다투게 된다. 그걸 보면서 가정 폭력을 하는 아빠를 악령에 빙의했다고 정당화시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좋은 사람인데 집터가 나빠서 이상하게 변했다고……. 술김에 자식을 때리는 부모는 술 때문에 그랬다고 변명거리를 만들어주고, 이번에는 집이 귀신에 씌어서 그런 거라는 핑계를 대주는 것 같았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영화 ‘잔예 The Inerasable, 2015’가 떠올랐다. 부정 탄 집터에서 살았기에 저주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 영화의 가족이 겹쳐보였다.
영화는 음, 끊긴다는 느낌이 간혹 들었다. 몇몇 지인이 등장하는데, 그 등장과 퇴장이 너무 뜬금없었다. 제일 먼저 황당한 건 교구 신부님. 그는 이사한 가정에 축복기도를 해주려고 집에 들른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집에 아무도 없으면, 밖에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우선은 기다리는 게 맞지 않을까? 그냥 이층으로 올라가서 기도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파리 떼의 공격과 함께 나가라는 고함을 듣고는 정신없이 집에서 도망친다. 그런데 그 이후 방문해달라는 요청도 거절하고, 캐슬린의 전화는 받지도 않는다. 아니, 신부님? 그러면서 신도들의 존경을 바라시나요?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고 귀띔이라도 해줘야져. 그 다음은 친척인 수녀님. 이 사람 역시 이사 축하를 하기 위해 집에 오지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급한 일이 있다고 떠나버린다. 아니, 저기 이사한 집에 올 정도면 가까운 친척이잖아요? 그런데 그냥 가버려요? 그리고 조지의 회사 동료 부인. 이 사람은 심령 현상에 관심이 많고 약간 끼도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친해도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호기심에 남의 집에 막 몰래 들어가도 되는 건가? 급기야 뭔가 찾아내겠다고 지하실 벽을 부순다. 주인 몰래! 허락도 안 받고! 물론 그 사람들 덕분에 집에 뭔가 있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등장이 너무 뜬금없다. 이건 주거침입으로 신고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부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에, 그냥 보내줬나 보다. 처음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신부님과 수녀님이 뭔가 행동을 했다면, 가족들의 고통은 좀 덜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종교는 실질적인 문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신도가 불안해하는데 거기에 조언도 해주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굳이 종교를 믿고 따를 이유가 없잖아? 설마 이 모든 것은 모든 신도에게 ‘욥’과 같은 시련을 주어 시험하려는 신의 의도인가?
(* 욥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하나님을 잘 믿어 축복을 받았지만. 갑자기 모든 재산과 자식을 다 잃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가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했지만, 욥은 끝까지 하나님을 버리지 않고 믿었다. 그 결과 전보다 몇 배나 되는 축복을 받았다.)
그런데 새벽 3시 15분만 되면 조지가 잠에서 깬다. 바로 1년 전, 일가족이 살해당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아마 악령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때인가 보다. 내가 요즘 새벽에 종종 잠에서 깨는데……. 그건 더워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