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10 Cloverfield Lane, 2016
감독 - 댄 트라첸버그
출연 -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존 굿맨, 존 갤러거 주니어, 더글러스 M. 그리핀
몇 년 전에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다. 갑자기 뭔가가 나타나서 도시를 공격하는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음,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적절한 예가 뭐가 있을까? 아! 갑자기 나타난 빌런들과 맞서 히어로 팀이 공중에서 싸우는 바람에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그 순간 그냥 길을 걷거나 때마침 그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클로버필드라는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무너지는 건물에서 대피하고, 어디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고……. 영화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라 도망 다니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운 나쁘면 죽고.
그러다 제목이 아주 비슷한, 전작의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이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였다. 전작의 포스터가 목이 잘린 자유의 여신상을 등장시켜 충격을 주었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집의 뒷마당 깊숙한 곳을 보여주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설마 땅 속에서 뭔가 나오는 건가?
남자친구에게서 도망치듯 떠나던 ‘미셸’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정신을 차리고 다리에 쇠사슬이 묶이고 링거를 맞으며 감금된 상태. 그녀 앞에 나타난 ‘하워드’라는 남자는 자신이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은 미셸을 데리고 왔으며, 안정을 취하라는 의미로 다리를 묶어놓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구는 오염되어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위기 상황에 대비해 지하 대피소를 만들었고, 몇 년 동안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열쇠는 하워드가 가진 상태. 결국 미셸은 대피소의 주인인 하워드와 우연찮게 이곳으로 대피하게 된 ‘에밋’과 함께 지내게 된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았지만, 미셸이 하워드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은 바뀌게 되는데…….
전작이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지하에 숨어 외부와 단절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보를 알고 있는 남자와 아무 생각 없는 또 다른 남자 그리고 모든 것에 의문을 품은 여자. 각자 상황에 대해 오직 단편적인 것들만 알고, 비밀을 덮기 위해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에 의심은 더욱 더 커져간다. 진짜 공기가 오염된 걸까? 혹시 이 모든 것은 하워드의 망상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나도 의심이 들었다. 설마 이건 위기 상황을 빙자한 하워드라는 남자의 납치감금물인가? 하긴 워낙에 다양한 인간들이 있으니, 그런 유형의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진짜로 뭔가가 지구를 공격하고 모두가 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인간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주로 나오는 사람은 세 사람, 중간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사람까지 합하면 네 명이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 그리고 등장시기와 정체를 말 할 수 없는 누군가까지 포함하면 다섯인가? 주로 나온 건 셋, 대사를 한 번이라도 한 건 넷, 그리고 대사 없는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이렇게 적은 수의 인원이 나왔지만, 그들이 나타나는 시기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순서가 적절했다. 그러니까 제대로 밀당을 할 줄 아는 고수를 만난 느낌? 물론 밀당이 너무 과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이 영화도 중간에 조금 그랬다.
영화는 전편과 동시대에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누구는 도심에서 뛰어다니고, 누구는 땅 속에 숨어있고. 만약에 3편이 나온다면 그 때는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보여줄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3편을 꼭 볼 거냐고 물어보면, 음…….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고,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