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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살인사건
질리언 그린 감독, J.K. 시몬스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원제 - Murder of a Cat, 2014
감독 - 질리언 그린
출연 - 프랜 크란츠, 니키 리드, J.K. 시몬스, 블리드 대너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파는 것이 유일한 활동인 ‘클린턴’. 하지만 동네 꼬마조차 그의 이야기와 인형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17년 동안 기른 고양이 ‘마우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우저가 도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것도 화살에 맞아서! 분노에 찬 클린턴은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동네 꼬마의 제보로 찾아간 집에서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마우저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라시오’라는 이름으로 마우저를 기르던 ‘그레타’는 처음에는 그를 도둑으로 오인했으니, 곧 오해를 푼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자기들의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잡기로 한다.
중반까지는 이야기가 꽤나 재미있었다. 가진 거라고는 몸밖에 없는 어수룩한 클린턴과 약삭빠른 그레타의 조합은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사건이 단순히 고양이 살해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 벌어지는 횡령사건까지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어떻게 흘러갈 지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후반은 후우……. 초중반까지의 코믹함과 그것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긴장감, 적당한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무모한 도전과 뒷걸음치다가 어이없이 밝혀진 사건의 진실로 ‘이게 뭐야!’라는 실망만 주었다.
대책 없이 용의자를 점찍어 ‘네가 범인이야!’라고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클린턴의 모습은 무리수였다. 너무 대놓고 용의자에게 다가갔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비밀 첩보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단순했다. 아, 그래서 그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었구나. 그의 성격처럼 이야기나 등장인물이 너무 단순하고 전형적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워낙에 사람이 단순해서, 클린턴은 인간의 다른 얼굴이라든지 변수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힌트가 튀어나오고 사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따라가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거기서 그냥 넘어가면 어떡하니! 다른 질문도 좀 해봐! 거기서 그렇게 무작정 치고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야! 그게 아니잖아! 보면서 이런 한탄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게다가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삐지는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얘야, 그럼 엄마가 평생 네 뒷바라지만 해야겠니? 넌 운전도 못해서 어딜 가려면 매번 엄마한테 태워달라고 부탁하잖아!
결국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클린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어쩌면 이 작품은 둥지에 살던 청년이 그곳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기댈 대상을 바꾼 것으로만 보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