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Vatican Tapes, 2015

  감독 - 마크 네빌딘

  출연 - 올리비아 테일러 더들, 마이클 페나, 자이몬 훈수, 캐슬린 로버트슨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목만 보면 바티칸에서 일하는 가톨릭 사제들의 일상에 대한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제가 되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교단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등등에 대해 알려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하는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포스터까지 보게 되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성흔일지도 모르는 상처가 있는 두 개의 발이 공중에 떠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자 느낌이 온다. 아, 엑소시즘을 하려는 거구나.


  영화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바티칸에서 모아뒀다는 귀신 들림과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엑소시즘을 벌이는 영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상의 일부인 것처럼, 뉴스 보도와 고위 신부의 인터뷰 영상이 이어진다.


  인터뷰에 나왔던 두 신부가 한 여성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안젤라’로, 27번째 생일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새의 공격을 받거나 정신을 잃기도 하고 전과 달리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급기야 폭주하던 그녀는 교통사고를 낸다. 하지만 사망선고를 받기 직전 극적으로 되살아나는데, 그 때부터 그녀를 중심으로 끔찍한 사건들이 계속된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것을 꼽자면, 동양에서는 ‘삼국지’이고 서양에서는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다. 그 중에서 특히 ‘재림 예수’나 ‘적그리스도’에 대한 것은 호러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얘기이다. 이 영화 처음에는 단순한 귀신 들림을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적그리스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적그리스도라니……. 문득 영화 ‘오멘 The Omen, 1976’이 생각났다. 거기서 나오는 ‘데미안’도 적그리스도로 세상을 지배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때문에 권력자의 집안에 들어가고 유일한 상속자가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적그리스도는 그렇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어린 시절부터 후계 교육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생기고, 각성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건 20세기와 21세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는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있어서, 정치권력이나 엄청난 재산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유튜브와 트위터같은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를 사용해, 빠른 시간 내에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이미 현대인들은 SNS에 올라온 글들이 조작 가능성이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었고, 기존의 종교계나 정치에 환멸을 느껴 새로운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외모 지상주의가 너무도 팽배해있어서, 겉만 멀쩡하고 괜찮으면 내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기 바쁘다. 그러니 금발에 흰 피부를 가진, 기적을 일으키는 적그리스도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1세기는 다른 어떤 때보다 사람들을 선동하기 쉬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그런 점을 얘기하고 있었다. 너무도 쉽게 그 사람은 ‘성인 聖人’이 되었고,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어쩐지 오싹해지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그렇게 충격적이지가 않았다. ‘오멘’처럼 으스스하거나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부분이 없었다. 사실 그 사람이 각성하는 과정보다 오프닝이 더 무서웠다. 어쩐지 세상의 종말을 나타내는 듯한 엔딩 크레딧 장면도 분위기가 좋았다. 차라리 영화가 그런 느낌을 유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제작진이 시작과 끝에만 신경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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