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ictado, Childish Games

  감독 - 안토니오 샤바리아스

  출연 - 바바라 레니, 후안 디에고 보토, 마히카 페레스, 노라 나바스





  학교 선생인 ‘다니엘’에게 어린 시절에 잠깐 알던 ‘마리오’가 찾아온다. 그리고 자기 딸을 만나 ‘그 일’에 대해 얘기를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부탁을 거절하고, 마리오는 딸 앞에서 자살하고 만다. 장례식장에서 다니엘의 부인인 ‘라우라’는 마리오의 어린 딸인 ‘줄리아’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임시 보호자를 하겠다고 나선다. 자식이 없던 부부였기에 줄리아와 함께 살게 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니엘은 줄리아가 오래 전에 죽은 마리오의 여동생 ‘클라라’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좋았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어 가는데…….

 

 

  이야기는 두 부분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다니엘과 마리오가 얘기한 그 일에 관한 과거 회상과 현재 다니엘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다니엘이 줄리아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두려워하는 과정과 과거에 있었던 일의 진상이 밝혀지는 장면이 맞물리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다니엘과 마리오가 숨기고 있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던 ‘그 사건’의 비밀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줄리아는 어떻게 얼굴도 보지 못한 클라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까?

 

 

  보는 내내 줄리아의 정체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서 했었다. 가장 무난한 가설부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상까지. 그런데 반전은 상상이상이었다.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좀 더 분발해야겠다. 역시 세상은 넓고 발상의 전환은 다양하구나.

 

 

  영화는 귀신이 나온다거나,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피가 튀기지 않았다. 가면을 쓴 연쇄 살인마나 미친놈도 등장하지 않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한눈팔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어서 눈을 뗄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노래 가사를 따라하자면, 줄리아의 거친 생각과 다니엘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봐야하는 라우라의 긴장어린 표정은 그야말로 총만 없다뿐이지 전쟁 같은 나날이었다.

 

 

  그나저나 감독은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린 시절의 잘못은 처음에는 작은 가시 같아서 심장에 꽂혀도 느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결국 자신을 죽게 만든다? 아이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않고 밀어붙인 재혼은 위험하다? 한번 개새끼는 영원한 개새끼다? 아니면 엄마의 한은 집요하고 무섭다?

 

 

  문득 그리 오래 같이 살지 않았던 다니엘도 죄책감이 떠올라 두려워서 벌벌 떨었는데, 마리오는 얼마나 무서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딸이 죽은 여동생을 닮아간다면……. 아니, 어쩌면 죽은 여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그가 자살을 택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줄리아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무척 예뻤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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