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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vol.2 : D-day + 죽음의 숲 (2disc) - 할인행사
김정민 외 감독, 김서형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영제 -
Roommates, 2006
감독 - 김은경
출연 - 김리나, 이은성, 유호린, 허진용
세 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여학생 전용 기숙 재수학원이다. 우리 사회는 대학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생에서 큰 실패를 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공부하면서 배워가는 과정보다 성적이라는 결과를 더 중시한다.
이 학원 역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언제나 무표정한 굳은 얼굴로 아이들을 감시하는 사감, 쉴 틈을 주지 않은 빽빽한 시간표, 매월
시험 성적에 따라 바뀌는 자리 등등. 그곳에서 아이들은 인생의 실패자처럼 대우받으면서 갇혀 지낸다. 사감이 열쇠를 갖고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방에 배정된 네 소녀가 있다. 식구들이 다 명문대생이라 오점이 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하는 은수,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규칙적인
학원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항아 유진, 소심하고 여린 성격을 가진 다영 그리고 모든 일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내레이션을 맡은 보람.
사건의 시작은 유진이었다. 처음부터 학원이 싫었던 그녀의 눈에 자꾸만 다른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감의 지도에 격하게 반항하다
창고에 갇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피투성이의 시체들로 가득한 환영을 보게 된다. 그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 간 유진. 그렇지만 부모에 의해 다시
학원으로 끌려온 그녀는 자살하고 만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은수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거의 300일 넘게 갇혀있으면, 이상하게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중간에 쉰다거나 기분 전환 할 시간 없이 공부만
해야 한다면……. 공부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탈출을 꿈꿀 것이다. 상상을 하고 망상을 하고 어쩌면 환각을 볼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기숙학교에서는 몇 년 전에 큰 사고가 나서, 학원생들이 죽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소녀들의 염원과 죽은 소녀들의 원한이 모여서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몇 년 전에 무엇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는지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 어른들의 무관심이나 부주의로 아이들이
살해당한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그런 상황이 나온다. 사고가 나서 아이들이 희생된 학원 자리에 또다시 비슷한 학원이
생기고, 또 사고가 났지만 그곳에는 다시 학원이 문을 연다. 사고가 났을 때만 안전 불감증이 어쩌고 하면서 부글부글 끓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모든 것은 잊히고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말이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신입생까지, 아이들이 죽어나가도 그때뿐이다.
영화는 그런 부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어른들은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의 피를 손에 묻혀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이야기 후반부에 지하철에서 보람이 안 어린 소녀와 마주치는데, 바로 두 번째 이야기의 주희였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이야기에서 기숙학원의
사고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그게 이번 이야기였다. 묘하게 연결되는 것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