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색시
이명현.박민아 지음, 양은정 그림,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기획 / 작가와비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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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이명현, 박민아

  그림 - 양은정

 

 

 

 

  우리 전래 동화에는 인간이 아닌 종족과 결혼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꽤 있다. 하늘에 사는 선녀와 결혼하는 나무꾼도 있고, 심지어 민물 고둥인 우렁이와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이 책처럼 여우와 결혼하는 건 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평범하고 일반적인 우렁이와 여우가 아니라 변신이 가능한, 꽤나 영험한 존재들이다. 어떻게 보면 신선이 되기 직전의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그런 동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특출한 능력을 보인다거나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냥 가진 거라고는 튼튼한 몸과 성실함 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모습에 홀딱 반해서 인간 여자로 변신한 여자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 그녀의 외모에 반한 지주나 탐관오리가 세력을 내세워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들을 대신해 여자들이 사건을 해결한다. 그렇게 일이 잘 마무리되면 둘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남자가 멍청하게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면 둘은 헤어지게 된다. 남자는 달을 보면서 여자를 그리워하는 걸로 이야기는 끝나기 마련이다.

 


  어릴 때는 그냥 동화라고 넘겼는데, 조카들 때문에 커서 다시 보니 어찌나 남자들이 한심하던지……. 성실하면 뭐해, 귀가 너무 얇아서 창호지보다 더 바스락거리는데. 몸이 튼튼해봤자 뇌에 든 게 없는데 뭐 어쩌라고. 그래서 멍청하게 자기를 사랑한다는 여자를 못 믿고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믿어서 여자를 떠나보내기나 하지. 아니면 여자 뒤에 숨어서 사건이 해결되길 기다리기만 하거나.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이런 동화가 주는 교훈은 농촌 총각들이 결혼하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인 걸까? 같은 종족인 인간과 결혼하는 건 선택지에 있지도 않고, 다른 이능력이 있는 존재들이 찾아오길 기다려야 한다는? 그런 존재들이 없으면 결혼은 평생 꿈도 못 꾸는?

 


  그런데 이 책의 결말은 예전 동화와 달라서 마음에 들었다. 남자가 멍청하고 귀가 얇아서 화를 자초하긴 했지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종족의 차이, 그러니까 외모보다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를 사랑했기에 그녀는 아픔을 꾹 참고 꼬리털을 뽑아 밤새 옷감을 만들었다. 세상 어디에서 그가 그토록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를 만날 수 있을까? 게다가 능력도 짱짱인 존재를! 나중에 등 따시고 배불러진 그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전형적인 뒷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문득 이 이야기에서 다문화 가정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외모가 주위 사람들과 다르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동화는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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