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의 검심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 아오이 유우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るろうに剣心,
2012
감독 -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킷카와 코지, 아오이 유우
일본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엄청난 칼솜씨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던 칼잡이 ‘켄신’이 있었다. ‘발도재’라 불리는 그는 아무리
남명을 받았다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리고 10년 후, 켄신은 우연히 도장을 운영하는
‘카오루’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돕기로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을 발도재라고 자칭하며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다니는 사람이 등장한다. 켄신은 누가 자신을 사칭하여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던 중 약점을 잡혀 ‘타케다’ 밑에서 강제로 약을 만들던 ‘메구미’가 탈출하여 카오루의 도장으로 오게
되는데…….
언제였을까? 십오 년도 더 된 일일 것이다. 그 시절에 살던 동네에 도서 대여점이 하나 있었다. 무척 큰 규모였고, 가운데 커다란 테이블도
있어서 그곳에서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대여점 사장은 나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여자 분이었는데, 성격이 서글서글하니 무척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 그곳은 동네 아가씨들의 모임장소 비스무레한 곳이 되었다. 그 때 사장 언니가 재미있다고 추천해준 책이 있었는데, 사람을
죽이지 않는 칼을 들고 다니는 일본 사무라이의 이야기였다. 한 권 두 권 보다가 재미있어서, 아예 왕창 빌려다가 밤새 읽은 기억이 난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본 흐름과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조연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알고는 고민했다. 만화나 소설을 영화화한 것 치고, 특히 일본에서 만화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치고 호감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추억을 망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만든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보고 욕하자는 심정으로
보기로 했다.
그런데 헐?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록 초반 한 시간 가량을 등장인물 소개로 보내긴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라든지 칼싸움 장면 등은 좋았다.
배경도 예뻤고, 색감도 괜찮았다. 게다가 주연을 맡은 배우도 잘생겼다.
영화는 사람을 죽이면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함부로 칼을 들지 않으려는 진짜와 무차별 살육의 쾌락에 빠진 가짜의 대비를 통해 사람의 생명과
신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켄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면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죽이는 것이 정당한가 묻고 있다. 비록 나와
다른 편이긴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소중하게 지켜야할 존재가 있었고 삶이 있었고 미래가 있었다. 그것을 망각하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단지 도구나 수단으로만 여겨질 뿐이다. 그 때문에 이용하고 죽이고 착취할 수 있는 것이다.
켄신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이고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칼날의 방향이 반대로 된 칼을 갖고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가짜 발도재도 그냥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성했을까?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폭력을 반대하는 주인공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주는, 약물 남용을 반대하고 비폭력을 주장하는 영화라고 여길 수도 있었다.
또한 돈이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하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타케다’를 통해 물질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아편을 팔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을 듣지 않는 메구미를 협박하기 위해 우물에 독을 풀기까지 했다. 그의 목표는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돈벌이 도구에 불과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기에 그 모든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었다.
두 시간이 좀 넘는 시간이라, 중간에 집중력이 좀 흐트러졌다. 그래도 중간 중간에 자잘한 사건사고를 보여주어서 그렇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흐름은 마음에 들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서 그나마 괜찮았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