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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마키나
알렉스 갈란드 감독, 돔놀 글리슨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Ex
Machina, 2015
감독 - 알렉스 갈렌드
출연 - 돔놀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첼시
리
'칼렙'은 인공지능계의 천재라 불리는 회장 '네이든'의 저택에서 며칠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아무도 모르는 숲 깊숙한 곳에 위치한 그의 저택에서, 칼렙은 뜻밖의 제의를 받는다. 네이든이 추진하고 있는 비밀 실험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가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의 테스트를 해달라는 것이다.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단순히 프로그램에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 스스로 판단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실험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세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한 일에 참가한다는 들뜬 기분으로
칼렙은 승낙한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에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로봇 '에이바'.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네이든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칼렙. 급기야는 자신이 진짜 인간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한다. 한편 네이든은 칼렙에게 에이바를
조심하라고 말하는데…….
예고편을 보면서 ‘우와!’했던 영화이다. 로봇과 인간의, 인간과 인간의 심리 대결이 멋들어지게
펼쳐지면서 한편으로 속고 속이는 반전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용은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다만 내 예상보다 영화의 속도가 느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 느리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눈을 떼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딴 짓을 하면 중요한 뭔가를 놓칠 것 같은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에이바라든지 네이든이 허튼 짓을 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뱉을 것 같았다. 참 묘한 영화였다.
로봇이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에이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수 있는 천재이자 부유한 네이든,
그리고 평범한 프로그래머인 칼렙. 이 셋의 만남은 처음부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편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알았던
칼렙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에이바에게 점점 끌리면서, 그는 네이든과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었다. 그녀를 만든 창조주는
네이든이지만, 그녀가 마음을 연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남을 얕잡아 보는 듯한 네이든의 태도에 반발심을 느껴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갈라테이아와 피그말리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사랑하게 된
조각가 피그말리온. 결국 그의 마음이 신을 감동시켜 조각상이 여인으로 바뀌어 사랑을 이루었다는 신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그가 만든
수많은 조각상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대신 그의 조수가 그녀를 마음에 두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조수의 마음에서는 순수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경쟁심이 그 자리를 채웠다. 자신만이 그녀를 이해하고 아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자신 이외의 남자는 필요 없을 거라 믿었다.
한편 갈라테이아도 신화와 달리 두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폭력은 물론이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처음 칼렙이 당첨되었을 때 모두가 부러워했고 행복해했던 며칠간의 휴가가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인간과 인간의 심리 대결도 볼만한데 여기에 로봇까지 가세하니,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다만 에이바와 칼렙의 실험 과정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지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막판에 몰아치기위해
앞부분이 그렇게 느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