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부제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저자 - 엔도 슈사쿠

 

 

 

 

  이 책의 저자는 1996년에 이미 사망했다.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저서들은 읽어본 적이 없다. 어떤 작가일까 궁금해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의 다른 작품들은 '사해 부근에서'라든지 '예수의 생애' 또는 '침묵'처럼 제목이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혹시 에세이집인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책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이야기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

 

  책은 저자의 주변 지인들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곁에 있어 좋은 자네들』, 저자가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저자가 겪은 일화가 담긴 『삶은 비극이라네, 웃을 때 빼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 다른 저자만의 독특한 일상에 대한 『나는 나, 이대로 좋다』, 거기에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사색한 내용이 담긴 『인생에선 무엇도 하찮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병으로 자신을 고물이라고 지칭하면서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겪고 생각한 일들을 적은 『고물이 되어서도 힘을 내는 게 인간』,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있었다. 뒤에 보니까 저자가 살아생전 여러 군데에 올렸던 글들을 엮은 것 같다.

 

  읽기 전에는 저자의 다른 작품들 제목과 만년 노벨상 후보자라는 글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점잖고 근엄한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그런데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저자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부인과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농담을 자주하는 모습에서 어쩐지 외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사진을 보니 외모는 전혀 다르지만…….

 

  저자가 자신의 모교가 명문고가 되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좋아지고 대부분 도쿄대를 지망한다는 것을 듣고, 관료나 의사 같은 학생들이 많아지겠지만 소설가나 화가는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라 안타까워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국어 교과서의 좋은 문장을 느끼기보다 시험 문제에 불과하다고 저자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 한 구절이나 소설의 인상 깊은 문장을 감상하고 마음에 새겨두는 일은 이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직 논술이나 국어 시험에 자주 나오는 소설이고 시이기 때문에 외울 듯이 읽는 것이지, 느끼고 감상하기 위해 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역사이기에 아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잘 나올 부분만 골라서 외운다. 괜히 사람 이름이 많이 나오면 짜증부터 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캡처 사진이 생각난다. 인강 국사 선생님의 강의 내용인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독립 운동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한참동안 강의하던 그는 이 시대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독립 운동가는 없다고,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요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는 일, 그러니까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때문에 자기 생각만 고집해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거나, 호의를 계속하면 호구가 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요즘이다. 그래서 사람사이의 관계가 더 각박해지는 모양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들도 아이들에게 시험만 강요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문학을 접할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멍하니 있는 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오호!'하고 메모를 했다. 나도 비슷한 방법으로 그 시간을 사용하긴 하지만, 저자가 더 적극적으로 잘 보내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지만, 사실 그런 몸은 쉬게 하고 뇌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건 다음에 할 활동에 엄청난 추진력을 줄 수 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가는 부분은 참 좋았다. 하지만 '이건 좀…….'이라는 부분도 있었는데, 바에서 젊은 호스티스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싶어서 애쓰던 장면이 그랬다. '왜 굳이 술이나 차를 젊은 여자를 옆에 두고 마셔야 하나!'라면서 속으로 버럭 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이러면서 혀를 찼다. 내용은 호스티스들에게 인기 있는 지인을 따라하려다가 실패하고, 결국 자기다움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주제적인 면에서는 호스티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다움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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