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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A Good
Marriage , 2014
감독 - 피터 아스킨
출연 - 조앤 알렌, 안소니 라파글리아, 크리스틴 코넬리, 스티븐 랭
포스터가 상당히 강렬하다. 욕실에 나란히 걸린 수건에는 각각 'Mrs.'와 'Mr.' 라고 적혀있는데, 그 중 'Mr.' 수건은 누가 사용했는지
구겨져있고, 피가 잔뜩 묻어있다. 거기에 다음 영화 소개에 '남편의 커다란 비밀'이라고 나와 있었다. 포스터와 연관시켜 상상하면, 대충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되었다. 만약 '스티븐 킹 원작 영화'라고 적힌 포스터 문구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볼까말까 고민할 영화 30000위쯤 매겨질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 덕분에 단번에 봐야할 영화 1순위로 뛰어올랐다.
달시와 밥은 결혼 25주년을 맞이한, 딸의 결혼식을 앞둔 사이좋은 부부이다. 주위 사람들이 다 그들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특히 밥은 부인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쪽지를 집안 곳곳에 숨겨놓기를 좋아하는 자상한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이 출장간 사이 달시는 차고에서 뭔가를 찾다가,
남편이 꼭꼭 숨겨놓은 철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열어본 상자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바로 도시를 공포에 몰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 것이었다. 달시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달시는 처음에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는 악몽까지
꾸지만, 결혼을 앞둔 딸의 행복을 위해 덮어버리기로 한다. 그런데 딸의 결혼식 날, 의문의 남자가 두 사람을
지켜보는데…….
달시의 표정 변화가 볼만했던 영화이다. 처음 등장할 때 그녀의 눈에는 남편 밥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입가에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있고, 더없이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밥의 비밀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표정이 확 달라진다. 남편을 보는 눈빛은 불안했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로는 남편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밥이 옆집 여자를 흘낏 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딸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뭔가 결심을 한 사람처럼 입가가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딸의 결혼식에서는 너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표정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리인지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딸의 결혼식 전, 그녀는 환상을 보고 듣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걸핏하면 나오는 다중인격이라든지 기억상실증 같은 거. 하지만 킹느님이 그런 진부한 설정을 쓸 리가 없다.
결혼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란 뭘까?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남자? 그러니까 남에게는
싸가지 없고 재수 없지만, 나한테만 잘해주면 된다는 말일까? 그걸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 영화에서처럼 될 것이다. 밖에서는 연쇄 살인마지만,
집에서는 가정적인 천사표 남편.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남자의 표본 맞잖아? 하긴 뭐, 밖에서는 장애인을 고문하고 장기매매까지 모의한
여고생이지만 집에서는 너무도 착한 딸이라고 하는 세상이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알맞은 영화였다. 25년을 함께 살았어도 그 정체를 몰랐으니 말이다.
영화는 뜻밖에 잔잔했다. 밥이 아닌 달시의 시선에서 영화를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고 평생을 믿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의 시점이기에,
고문당하고 죽는 피해자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시선과 표정의 변화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려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인 단편은 이번에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내놓은 중편집에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소설이 영화보다 달시의 심리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