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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dts] (2disc) - 할인판
벤 애플렉 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Daredevil: The Man Without Fear, 2003
감독 - 마크 스티븐 존슨
출연 - 벤 애플렉, 제니퍼 가너, 콜린 파렐, 마이클 클라크 던컨
요 몇 년 간 아주 히트를 치고 있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이른바 디시와 마블로 나뉘는 초능력을 갖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예를 들면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시리즈라거나 ‘엑스맨 X-Men,
2000’ 시리즈 그리고 ‘배트맨 Batman, 1989' 시리즈와 ‘슈퍼맨 Superman, 1978’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음, 배트맨과
슈퍼맨은 최근이 아니라 몇 십 년 전에 만들어진 거니까 빼야할까? 이 영화도 그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디시인지 마블인지 모르지만,
보통 인간의 능력을 웃도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애인님은 이런 유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드라마 시리즈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런다. 하긴 내 취향의 공포
영화만 보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주고 그래야 공평하다. 이 영화도 그래서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은 머독은 다른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범죄조직의 요구를 거절하여 살해당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는 한
스승에게서 무술 훈련을 받는다. 언젠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될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가면을 뒤집어쓴 데어데블로
활약한다. 그는 필연적으로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왕 ‘킹 핀’과 맞서게 된다. 그 역시 겉으로는 건실하고 성실한 사업가의 모습이지만, 뒤로는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으며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킹 핀의 해결사 ‘불스아이’와 싸우고, 사랑하는 연인 ‘일렉트라’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오해도
받으면서 머독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가는데…….
아무리 시력을 잃었다지만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주인공이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훌쩍 뛰어넘고, 주변의 소리를 다
듣고 분석할 수 있고,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잘 싸우고……. 그러다 문득 만화 ‘쿵후보이 친미 鉄拳 てっけんチンミ, 1983’에서 봉술의
대가인 스승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런 거였어.
머독은 낮에는 얌전히 법정에서 내린 결과를 수긍하지만, 밤에는 재판 관계자들을 찾아가 줘 팬다. 특히 뒷공작을 해서 무죄로 풀려난 범죄자는 죽여
버리기도 한다. 음, 역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모양이다. 하긴 변호사니 더러운 꼴을 많이 봤겠지. 아무리 법을 들이대도 법 위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직접 당해봤겠지. 그러니 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하긴 일반 서민들은 한번이라도 마약을 하면 즉각 구속에
파혼당하고 취직도 잘 못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수십 번 마약을 해도 풀려나서 결혼하고 잘 먹고 잘 사니까.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아쉬웠다. 겨우 막판에 몸싸움 한 번 진 걸로 끝이라니…….게다가 명색이 암흑가의 왕이라면서 그렇게 어이없이 지다니……. 기밀을
경찰에 내어준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막말로 기자의 기사 하나로 망가질 정도의 기업체였다면 그게 무슨 암흑가의 왕이야! 동네
골목대장도 안 되는 거지! 한국을 봐! 기사 하나로 기업체가 무너지는지! 그동안 매수했던 판사와 검사, 경찰이 하나둘이 아니면서! 한국 기업 좀
벤치마킹 해보라고!
도대체가 두 시간이 넘게 킹 핀의 기업이 얼마나 크고 그의 해결사 불스 아이가 얼마나 능력 있는 또라이 암살자인지 보여주더니, 갑자기 우르르
무너뜨린다. 건물을 해체할 때 폭탄을 꼼꼼하게 설치해놓으면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긴 한다. 그렇지 않고 건물이 무너진다면, 그건 부실 공사가
원인이다.
영화는 폭탄을 꼼꼼히 설치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두 시간 넘게 내가 뭘 기대하고 본 것인가 허무하기까지 했다.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는데, 그럴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