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최후의 날
안톤 후쿠아 감독,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Olympus Has Fallen, 2013

  감독 - 안톤 후쿠아

  출연 -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 릭 윤

 

 

 

 

 

 

 

  전에 ‘화이트 하우스 다운 White House Down, 2013’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중동 지역과 화해하려는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테러를 하는 영화였다. 거기서 백악관이 공격 대상이 되어 아주 꼼꼼하게 부서진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주인공이 대통령과 테러리스트에 맞선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도 비슷한 설정이다. 한국,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상 회담이 벌어지는 백악관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는다. 그들은 백악관을 부수는 대신, 대통령과 장관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군이 물러나는 것과 미국의 모든 핵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는 암호였다. 전직 대통령 경호원이었다가 영부인의 사고사에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좌천된 주인공은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두 영화가 기본 설정은 비슷하다. 백악관이 공격당하고, 대통령은 인질이 된다. 우연히 그곳에 있던 주인공이 혼자 그들과 맞서 싸운다. 그런데 영화의 분위기나 느낌은 전혀 달랐다. 하긴 감독이 다르니 그렇겠지.

 

  결론만 말하면, 이 영화보다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나았다. 그 영화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헐, 이 영화는 속편까지 만들어진단다. 내년에 개봉 예정으로 런던이 무대라고 하는데, 백악관으로 모자랐던 걸까? 안 그래도 런던은 드라마 ‘닥터 후 Doctor Who’에서 매년 한 번씩 공격받는 비운의 도시인데, 굳이……. 속편이 만들어질 정도로 재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은 다른가보다.

 

  이 영화에서 백악관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집단은 놀랍게도 북한쪽의 사람들이었다. 한국의 경호책임자로 숨어들어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정리한다. 으음, 도대체 한국의 정보쪽이나 공무원 담당 부서들은 얼마나 일을 개판으로 하기에 북한쪽 요원을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 임명하도록 내버려둔 걸까? 아, 맞다. 남한 국정원 요원들이 잘 하는 것은 댓ㄱ…….

 

  영화는 특별히 개그 성향의 인물도 없는데 웃음을 많이 유발했다. 북한측 요원들의 한국어가 진짜 웃겼기 때문이다. 아, 설마 북한 사투리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들은 한국측 요원들로 위장을 했기에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할 것이다. 아니면 미국에서 암약하고 있던 북한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한 걸까? 하여간 웃겼다. 미국 사람들은 다 백악관이 접수되었다며 진지열매를 먹고 연기를 하고 있는데, 북한 요원들만 나오면 그냥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한국의 회담 책임자를 ‘Prime Minister’라고 부르는데,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할 정도면 적어도 대통령 급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을 ‘president’라고 부르지 않나보다. 아니면 경제부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와, 우리나라 대단해. 부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다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대본 맡은 사람이 최소한의 확인도 안 하고 날림으로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조사해본 티도 난다. 특히 북한 요원들은 한국의 여러 금융기관을 해킹했던 뛰어난 실력으로 미 백악관의 보안망이라든지 군사용 프로그램까지 손에 넣는다. 이런 부분은 조사해봤나 보다. 게다가 예전에 도끼로 미군을 쳐 죽인 나라답게, 미사일 암호를 갖기 위해 미국 정부 요인들을 생중계로 죽이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심지어 대통령의 어린 아들까지 인질로 잡으려는 사악함마저 보여준다. 그 뿐인가? 밖에 지나가거나 백악관 관람을 하려던 선량한 시민들, 어린애기까지 포함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아, 이런 나쁜 놈들이 세상에 있을 수가!

 

  이런 사악한 놈들을 처단하는 것은 미국 영웅의 의무다. 혈혈단신으로 놈들과 맞서 인질들, 특히 제일 중요한 대통령을 구하는 것이 바로 미국을 위험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미국의 정의니까. 굴복하지 않고 협상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처단하는 것. 영화는 그런 점을 세심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 때문에 그 외의 요소들을 거의 다 날림으로 처리했나보다. 그래, 그건 우리에게나 심각한 문제이고, 그들에게는 사소한 일들이지. 자기네 대통령만 안 죽으면 되지, 남의 나라 총리인지 대통령인지가 죽는 게 무슨 상관이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주인공이 얼마나 멋지게 사악한 북한 놈들과 싸우고, 어떤 각도에서 펑펑 터트리며, 미국은 절대로 테러리스트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

 

  그나저나 2013년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백악관이 공격받는 영화가 만들어진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