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로버트 멀리건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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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o Kill A Mockingbird , 1962

  감독 - 로버트 멀리건

  출연 - 그레고리 펙, 메리 배드햄, 필립 알포드, 존 메그나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주연으로는 한때 어머니의 사랑이었던 그레고리 펙이 맡고 있다. 어떻게 저 사람이 어머니의 사랑인줄 알았냐면, 예전에 케이블에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시면서 "옛날에 저 사람 참 좋아했는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법. 최근까지는 배용준이나 소지섭을 좋아하셨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오빠 젬과 방학마다 놀러오는 옆집 꼬마 딜과 함께 선머슴아처럼 동네를 뛰어노는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 스카우트가 주인공이다. 두 남매의 아버지는 변호사인데, 백인 여자를 강간했다고 지목된 흑인의 변호를 맡게 된다. 두 남매와 한 친구는 여름 방학을 즐기며, 즉 온갖 소문이 떠도는 옆집 탐방하기라든지 몰래 재판정 구경하기 등등의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원작이 있는 영화는 반드시 원작을 나중에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굵직한 사건들만 다루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했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작은 어떻게 보면 스카우트의 3년에 걸친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었는데, 영화는 그냥 누명을 쓴 흑인을 돕는 정의로운 백인의 이야기로 그치고 말았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특히 혼신을 다해 변호를 마친 그레고리 펙을 향한 흑인 방청객들의 일동 기립장면은 으음……. 오글거린다는 말을 능가하는 단어를 찾지 못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백인 쓰레기를 치우는 백인 용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흑인은 그냥 부수적인 피해자에 불과했다. 백인 용사가 백인 쓰레기를 처리할 명분을 주는 동기였다. 이건 마치 나쁜 초능력자와 착한 초능력자가 싸우면, 일반인이 옆에서 구경하다가 날벼락을 맞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착한 초능력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도울 수 있는 건, 같은 초능력자이지 지나가던 일반인이 아니었다. 스카우트와 젬이 공격을 받았을 때 둘을 구한 것이 은둔자 내지는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던 옆집의 부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흑인은 백인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이지, 감히 백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왜 그런 걸까? 음, 역시 그레고리 펙을 너무 부각시켜서가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역시 재판정에서 그를 향한 흑인들의 단체 기립은 무리수였던 것 같다.

 

  스카우트네 집안을 향한 주위 사람들의 멸시, 그러니까 백인 여자를 강간한 못된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친척에게서도 모욕을 받는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 어딘지 모르게 영화는 싱거웠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젬과 스카우트는 같은 사람을 피부색 때문에 차별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빠졌기에 두 꼬마의 내적 성장 과정이 생략되었다.

 

  차라리 백인 쓰레기와 백인 용사의 대결을 부각시키려면, 아이들의 성장을 그렇게 생략할 거였으면, 백인 쓰레기의 나쁜 짓을 더 두드러지게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건 원작을 너무 파괴하는 것이라 부담스러웠을까?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받으면 나름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을 읽은 뒤라 트집 잡을 부분만 눈에 들어왔다. 아쉽다.

 

  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로버트 듀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왜 젬과 스카우트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을 부르는 걸까? 홍길동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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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2015-07-3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건 한국식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미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을 각각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려는 애티커스의 교육철학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아직 못 봤는데, 보고 싶네요 ㅎㅎ

바다별 2015-07-31 23:46   좋아요 0 | URL
영화는 시간적 제한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부분을 삭제했어요. 그래도 볼만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