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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존 에릭 도들 감독, 로건 마셜 그린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Devil,
2010
감독 - 존 에릭 도들
출연 - 크리스 메시나, 조프리 아렌드, 보자나 노바코빅, 로건 마샬 그린
어느 고층 건물의 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서, 다섯 명이 갇힌다. 어찌된 영문인지 관리실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잡히긴 하지만,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무리 고장 원인을 찾아봐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안에 갇힌 다섯 사람들은 처음에는 금방 풀려날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계속 흘러가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전등이 꺼졌다가 켜지면서 그들 사이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 서로 경계하고
의심한다. 급기야 하나둘씩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나가자, 그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상대방이 살인범이라
확신하게 된다.
한편 경비원 중의 한 사람은 엘리베이터 모니터에서 이상한 형체를 보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악마의 소행이라 믿는다. 건물에서 일어난 추락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은 처음에는 엘리베이터 안의 누군가 원한을 품고 사람들을 죽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자
경비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 살인마, 혹은 악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왜 그곳에 나타난 걸까?
주요 무대는 엘리베이터 안과 경비실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들은 자칫 잘못 만들면 지루하게 되기 쉬운데, 이 영화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누가 죽을까? 악마는 누구일까? 경찰은 제대로 악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악마가 과연 경찰에 잡힐까?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들었고, 특히 엘리베이터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건물 수리공이나 경비, 119 구조대원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다가갈수록 악마의 공격은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악마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선이
떨어진다거나 쇠를 자르던 칼날이 부러지면서 튕기는 식으로 표현되었다. 거기에 악마의 존재를 믿는 경비의 내레이션은 그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더 했다.
영화는 교묘하게 갇힌 사람들과 보는 사람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조금씩 풀어낸다. 모두가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숨기고 있는 범죄 하나둘씩은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은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관련이 있었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밝혀지는 사실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불이 꺼지면 우당탕 소리가 들리고, 다시 불이 들어오면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부분은 으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 죽는다는 긴장감도 절로 생겨났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좀 실망했다. 뜬금없는 종교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감독은 죄를 고백하고 진정한 반성을 하면 용서를 받는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 반성에 진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악마를 등장시킨 모양이다. 악마가 사람을 죽이는 기준이 바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반성을 하고 있는 지였으니 말이다. 용서를 받기 위해 악마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니, 좀 이상했다. 천사와 악마가 동업이라도 하는 건가? 하여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악마가 있으면 하나님도 존재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악마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의
작품들은 다 일종의 선교 영화라고 볼 수 있을까?
웃긴 장면도 하나 나온다. 악령이 있으면 일이 다 잘 풀리지 않는다면서 경비원이 잼 바른 토스트를 공중에서 던지는 부분이 있다. 원래 토스트는
잼을 바르지 않은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악마 때문에 잼 바른 쪽이 떨어진다니……. 그게 증거가 되나? 집에서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빵 사러
나가기가 귀찮아서 패스했다. 나중에 식빵 사오면 해봐야겠다. 먹는 걸로 장난친다고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려나? 안 계실 때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