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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그널
윌리엄 유뱅크 감독, 로랜스 피시번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Signal , 2014
감독 - 윌리엄 유뱅크
출연 - 브렌튼 스웨이츠, 로렌스 피쉬번, 올리비아 쿡, 뷰 크냅
포스터에 낚인 영화들이 몇 있다.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야반소두 Midnight Hair, 2014’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런 편이었다.
방역복인지 우주복인지 입은 사람들이 한 줄로 서있는 모습은 긴박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아니면 복제 인간이거나. 그런데 영화는
음, 방역복 입은 사람들이 나오긴 한다. 아주 떼로 나오고 줄도 서 있긴 하다. 아! 이 포스터는 과대광고를 하지 않았구나. 오해한 내
잘못인가보다.
닉, 조나 그리고 헤일리는 전설적인 해커 노매드(Nomad)의 뒤를 쫓다가, 어느 건물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닉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와있음을 알게 된다. 헤일리는 혼수상태였고, 닉과는 환풍구를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곳의 책임자
데이먼(Damon)은 닉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마치 침팬지 지능실험을 하는 것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탈출 시도가 무산으로 끝난 어느 날,
닉은 자신의 다리가 기계 같은 것으로 대체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포에 질린 닉은 겨우 정신을 차린 헤일리를 데리고 시설에서 탈출한다.
그런데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도 어딘지 모르게 정상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좀 갑갑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헐?’하면서 놀랐다.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그들의 정체가 뭐야?’라는 의문도 들었다. 영화는 그들이 지금 처한 상황과 환상인지 아니면 과거 회상인지 모를 장면들을 교차해서
보여주곤 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슬로우 모션으로. 영화는 슬로우 모션 장면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그걸로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언제나 미화된다는 걸 말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을 위해 영화는 전반부를 그렇게 지루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음, 앞부분이 너무 지루해서 딴 짓하다가 마지막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를 잘 못했다. 그래서 다시 봐야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앞부분이 더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었다.
전반부에 사건사고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해커를 쫓고, 시설에 갇히고, 검사를 받고, 탈출하려다가 잡히고, 친구가 있었는데 원래 없었다는 말도
듣고, 주인공이 겪은 일은 많았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진행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격수들이 노리고 있어도, 추격전이 벌어져도 전혀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혹시 느리면서 몽환적인 배경음의 영향이었을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느리다는 인상을 줬다. 그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환상 같았다. 설마 감독의 노림수였을까?
결말을 보고는 잠시 멍했다. 그러니까 이건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문득 떠오르는 다른 영화들이 있었다. 아, 제목을 적었다가 스포일러가
될까봐 지웠다.
인간의 의지와 외계인 기술의 완벽한 융합이라는 데이먼의 대사가 참 비정했다. 이 모든 것은 그것을 위해서였다. 에바와 싱크로가 잘 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아들마저 희생시키려던 겐도 박사를 보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는 인간을 뭐로 본 걸까? 도구? 지능이 좀 높은 영장류?
뒷맛이 영 좋지 않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