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해야 해 별숲 동화 마을 10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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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하은경

  그림 - 홍선주

 

 

 

 

  금동이는 배오개 시장에서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몸이 약한 어머니와 살고 있다. 작년에 고리대금업자인 황 부자에게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 당하느라 아버지는 술만 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황부자네 집에 큰 불이 난다. 그리고 불이 나기 바로 전에 술김에 황 부자에게 불만을 토하던 아버지가 방화범으로 잡혀간다. 금동이는 자신이 직접 방화범을 잡겠다고 다짐한다.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은 백정의 딸 선이뿐. 둘은 현장검증, 탐문수사, 미행, 엿듣기 등을 하면서 단서를 모은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사건에는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둘. 과연 농민의 아들과 백정의 딸이 양반 집안이 얽혀있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적 보라매의 정체는 누굴까?

 

  아버지를 구하겠다고 나선 금동이 앞에 펼쳐진 어른들의 세상은 참으로 추악했다. 고리대금업으로 농민들을 착취하는 부자, 돈을 주지 않으면 아버지의 면회도 시켜주지 않는 부패한 관리들, 투전에 빠진 타락한 면문가의 도령, 술에 찌들어 사는 서당 훈장까지. 소년이 가질 수 없는 권력이나 재력을 조금이라도 가진 자들은, 그것조차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심지어 을쇠처럼 그 재력과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맛보기 위해 잘난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자들이 파놓은 함정에서 아무 힘없는 소년이 아버지를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년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돌봐주려고 한 사람은, 평소에 천시 받는 백정 봉춘 아저씨나 그의 딸인 선이 같은 힘없는 자들이었다. 문득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자 힘을 모은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리를 끊거나 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위기를 이기고자 전쟁에 뛰어들기도 하고 갖고 있는 패물을 팔기도 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과 선량한 이웃들뿐이었다. 선량하지 않은, 을쇠같은 이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동이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고을의 수령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어떻게 보면 증인의 증언이라는 게 다소 빈약해보였기 때문이다. 보라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금동이 마저 죽임을 당하거나 누명을 쓸 뻔 했다.

 

  책은 어린 금동이와 선이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부패한 사회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의 횡포, 중반을 넘어서면서 보여주는 성균관생도의 타락, 뇌물을 요구하는 포졸의 뻔뻔함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밝혀지는 신분제의 맹점과 물질 만능주의까지, 작가는 조선시대를 보여주면서 요즘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책을 보면서 요즘 광고를 많이 하고 있는 대부업체라든지 사학 비리, XXX리스트 같은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런 와중에도 금동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의적 보라매라 의심이 가는 사람을 향해 활을 겨누는 걸 미루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은인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인데! 보라매가 아니었으면 진범에게 꼼짝없이 죽었을 텐데도 소년은 활을 겨눈다. 의적이라고 해도, 도둑은 도둑이라는 논리였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왜 작가가 그 대목을 넣었는지 잠시 생각해봤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 책은 어린이용 동화였다. 그렇기에 금동이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아야 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믿어야 했다. 비록 나중에 커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비뚤어진 세상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맞서서 바르게 바꾸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 작가는 금동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설정한 것 같다. 그는 양반에 맞서 아버지의 누명을 풀겠다고 나섰던 소년이니 말이다.

 

  어린 소년이 주인공인 추리 동화지만, 달리 보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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