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금지된 구역
존 에릭 도들 감독, 벤 펠드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As Above, So Below, 2014

  감독 - 존 에릭 도들

  출연 - 벤 펠드먼, 에드윈 호지, 퍼디타 윅스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 제목의 뜻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중요한 열쇠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 스칼렛은 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연금술에 흥미를 갖고 있다. 역시 역사학자이기도 한 그녀는 폭파 예정인 이란의 어느 동굴에 몰래 숨어들어간다. 그곳에 역사적으로 귀중한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동굴 벽화에 새겨진 글자를 읽은 그녀는 프랑스에 있는 카타콤 지하에 ‘니콜라스 플라멜’의 ‘철학자의 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아람어 번역가, 그리고 안내를 맡은 파리 현지인들과 함께 카타콤의 지하로 들어간다. 그녀가 원하던 것을 찾은 기쁨도 잠시,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에 손을 댄 대가가 일행을 덮치는데…….

 

  니콜라스 플라멜이라는 이름이 무척 낯익다.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에서도 등장한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14세기경에 살았던, 연금술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죽었지만 아내와 함께 여전히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가 숨겼다는 연금술의 비법을 찾으려고 사람들이 그의 집과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인공 스칼렛이 찾으려는 ‘철학자의 돌’이 바로 플라멜이 숨긴 연금술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카타콤 catacomb’은 지하 묘지를 말한다. 특히 파리에 있는 카타콤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공동묘지를 재정비하면서 수백만구의 유골들을 지하에 모아놓았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일부가 개방되어있다고 한다. 입구와 출구가 전혀 다른 지역에 있어서 안내인이 없으면 헤맬 수도 있다고 한다. 흐음, 해골이 쌓인 어두컴컴한 길을 걷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만 하다. 해골이 쌓인 길이라기보다는 해골을 쌓아서 길을 냈다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묘를 함부로 옮기면 안 된다고 믿는데, 프랑스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해골과 유골로 가득한 지하 묘지라는 배경의 특수성 때문에 온갖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사실 관광객이나 주인공 일행 이외에 누군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 사람은 왜 거기에 있을까? 어떻게 거기까지 내려왔을까?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면서, 과연 저 사람이 진짜 인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지하 묘지 깊숙한 곳에서 이상한 분장을 하고 성가곡을 부르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믿음을 강하게 갖게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계속해서 환상을 보고 공격을 당하고 사고가 나서 사라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안 나오면 이상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헐!’하고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에펠탑이 거꾸로 그려진 포스터의 의미를 깨달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진짜 철학자의 돌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슬그머니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일이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찍은 이유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주인공 일행이 갖고 있는 카메라와 머리에 단 랜턴에 의지해서 촬영된다. 그 때문에 어떤 부분은 순식간에 흐릿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그들이 보고 듣는 것만 보고 듣게 된다. 즉, 그들이 말하는 그대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사람들은 철학자의 돌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쪽으로 연관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그 사실을 믿는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만약에 그들 중에 외계인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영화의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또한 귀신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건 자기들의 묘를 함부로 옮긴 후손들에 대한 원혼들의 복수극이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페이크 다큐라서 좀 많이 산만했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민폐도 아니었고 곳곳에 숨어있는 함정이나 복선들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초반에 인물 소개부분만 잘 넘어가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황당했던 거 하나. 그들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기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살면서 저질렀던 제일 큰 죄이자 비밀,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싫어서 외면하고 회피했던 그런 일을 고해성사하듯이 입 밖으로 내뱉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잉? 뭐지? 플라멜은 연금술사가 아니라 카운슬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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