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록 - 꿈속 이야기로 되살아난 기억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정녀 지음, 이수진 그림 / 현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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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꿈속 이야기로 되살아난 기억들

  저자 - 김정녀

  그림 - 이수진

 

 

 

 

 

  ‘몽유록’이라는 제목 때문에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 九雲夢’같은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꿈과 환상이 가득한,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헐…….’하는 말만 맴돌았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인『대관재기몽 大觀齋記夢』은 조선 성종 때 ‘심의’가 썼다고 한다. 주인공이 꿈에서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의 문인들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큰 벼슬을 한다는 내용이다. 나쁘게 말하면, 작가가 알고 있는 온갖 어휘와 사람 이름을 이용해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 같다. 내 어휘 부족함은 제쳐두고, 작가의 무분별한 단어 나열을 비판하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인『원생몽유록 元生夢遊錄』은 ‘임제’가 썼다고 한다. 역시 꿈에서 주인공이 사육신과 단종을 만나 그들의 원통함을 듣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군주와 신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조정의 권력자들이 그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꿈에서 봤다는 데 뭐 어쩌겠는가?

 

  세 번째 이야기『달천몽유록 達川夢遊錄』은 ‘윤계선’이라는 사람이 적었다고 한다. 역시 꿈에서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여러 장수들을 만나, 채 피지 못했던 그들의 꿈이라든지 전쟁 당시의 상황, 이후 현실에 대한 개탄 등을 듣고 기록해두었다.

 

  마지막 이야기인『강도몽유록 江都夢遊錄』은 누가 작성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읽다보니, 저자가 본명을 밝히지 않을 만했다. 이건 뭐 대놓고 저격을 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꿈에서 어딜 가다가 여러 여자들이 모여 슬퍼하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그들은 병자호란 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었는데, 전쟁이 일어나기 전 고위관직에 있으면서 제대로 나라를 지키지 못한 남편이나 아들, 또는 도망간 남편을 비난하고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었다. 대놓고 누구 부인 누구라고 나오니, 저자가 몸을 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색감이 좋았는데, 내용은 어쩐지 우중충하고 슬프기만 했다. 주인공이 꿈에서 만난 인물들이 다 그들이 있던 현실을 개탄하고, 아쉬워하는 내용이 주였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꿈속의 이야기라는 것을 핑계로 그 당시 사회를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풍자라든지 희화화시키는 게 아니라, 다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특이했다.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무식하다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글에서 나오는 어휘들이 무슨 말인지, 옆에 설명이 달려있지 않았다면 하나도 몰랐을 것이다. 역사에 나오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예전에 사용하던 단어도 모르고. 그래서 처음에는 본문을 읽고 설명을 읽느라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읽을 때쯤에서야 비로소 이런 내용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우리 고전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시대가 흘러서 어휘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정도로 내가 몰랐나하는 한심함만 자꾸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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