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 - Falling in Love with English Boys, 2011

   작가 - 멜리사 젠슨

 

 

 

 

 

  원제는 그렇지 않지만, 한국에서 붙인 제목을 보면 이 소설이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은 영국의 소설가이고, 블로그는 20세기에 발전해온 사이버 개인 공간이다. 흐음, 그러면 21세기에 사는 소녀가 제인 오스틴을 꿈꾸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내용일까? 아쉽게도 내 예상은 맞지 않았다.

 

  이 책은 영국에 잠시 오개 된 16살 된 미국 소녀 캐서린이 미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국의 문화에 익숙해가면서, 엄마의 일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된 윌과의 콩닥거리는 썸을 올린 블로그 글 모음이다. 미국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메일과 댓글로 소통하면서, 그녀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레짐작으로 실연의 아픔을 겪기도 하고, 오해가 밝혀지면서 해피해피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녀의 솔직하고 십 대 특유의 튀는 감성이 블로그 구절구절마다 잘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캐서린의 어머니가 연구하는 19세기에 살았던 캐서린 퍼시벌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블로그와 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대에 살았던 두 명의 십대 소녀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캐서린 퍼시벌의 이야기를 보면, 너무도 자연스레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1813’이 떠오른다. 자신의 인연이라 믿었던 남자가 알고 보니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실속 없는 사람이었다거나,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하는 위기에 처한다거나, 언제나 자신에게 태클만 거는 얄미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남자가 사실 자신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성격이 완전 다른 두 소녀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기까지 하면서도 윌 앞에서는 온갖 내숭을 떠는 21세기 캐서린. 사랑받고 싶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어떻게 보면 꿈꾸는 여린 소녀인 19세기 캐서린. 하지만 두 소녀 다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당당했다.

 

  특히 19세기 캐서린은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난생처음으로 말대답을 한다. 사실 아버지가 선택한 남편감은 으……. 물론 19세기 캐서린의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일기에서 접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영 아니었다. 작위가 있고 돈이 있고 성이 있다지만, 인품이라든지 성격이 완전 꽝이다. 어떻게 18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를 어떻게 해볼 생각을 했는지, 파렴치한이다. 결혼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 당시는 그 나이 대에 거의 다 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어린 여자아이를 희롱하려고 하다니. 죽일 놈! 게다가 그 아빠라는 사람도 상당히 이상하다. 그가 자기 딸에게 그런 짓을 하려는 걸 몰랐을까? 그 야심한 밤에 둘만 남겨두고 자리를 피하다니! 그래서 자기 딸이 무슨 일을 당하면, 그걸 빌미로 결혼을 강요하려는 거였을까? 아무리 딸에게 관심도 애정도 없다지만, 진짜 너무했다. 그런 주제에 그 결혼에 대해 딸과 부인이 반대하자 집을 나가버린다. 진짜 옹졸하고 편협하고 쪼잔하다.

 

  21세기 캐서린 역시 아버지와는 인연이 별로 없다. 이혼 이후, 그는 아버지로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딸과 같이 보내기로 한 날에 나타나지 않거나, 딸에게 특별한 날을 빼먹기 일쑤였다. 그래놓고 나중에 돈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에는 재혼 준비로 딸의 생일도 그냥 지나가버린다.

 

  아버지에게서 애정을 받지 못한 두 캐서린은 대신에 막강한 아군으로 어머니를 갖고 있다. 19세기 캐서린의 엄마는 딸이 원하지 않는 결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남편과의 별거도 불사한다. 21세기 캐서린의 엄마 역시 자기 일 때문에 바쁘지만, 딸과의 대화 시간은 꼭 가지려고 노력한다. 가능하면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낯선 타국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한다. 물론 딸의 연애를 은밀히 도와주기도 한다. 두 어머니 다 성격이 화끈하면서 다정했다.

 

  두 캐서린의 성격이 확연히 차이가 나서, 블로그와 일기가 번갈아 나오지만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성별과 이름 빼고 모든 것이 다른 두 소녀. 하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진짜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자. 우주가 도와준다고 나랏님도 말씀하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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