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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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서정오

  그림 - 이우정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놀랐다. 우리 옛이야기가 백 개나 되던가? 그렇게 많았나? 그러다가 삼국유사라든지 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를 따지면 백 개는 훨씬 넘을 것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런 기록물에 적힌 이야기를 제외하고 전해 내려오는 동화들 백 개가 실린 것이다. 헐, 대박! 그러다 예전에 방영했던 ‘전설의 고향’같은 드라마도 백 편이 넘게 했으니까 많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 내가 무식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내가 편식하는 건 음식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들은 총 여섯 개의 소주제로 분류되었다. 『모험과 기적』,『인연과 응보』,『우연한 행운』,『세태와 교훈』,『슬기와 재치』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보기도 했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슬기롭게 고비를 넘기거나, 착하게 살던 주인공이 결국 보답을 받기도 하고, 영리한 주인공이 자신을 무시하던 상대(양반을 포함해서)를 골탕 먹이는 내용이 많았다.

 

  주인공들은 일반 평민이 많았고, 간혹 몰락 양반도 있었다. 농민들의 삶은 무척이나 고달팠다. 일 년 내내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하늘에서 도와준다는 얘기는, 어떻게 보면 희망을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별이 일꾼이 되어 농사를 도와준다거나, 선녀보다 예쁜 부인을 얻는다거나,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물건을 얻는 등등. 어쩌면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이나마 현실의 괴로움을 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도깨비나 신령이 도와줄 리는 없지만, 하늘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쁘게 보면 희망 고문이겠지만…….

 

  거기에 자기보다 지체 높은 양반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 ‘땅벌군수’처럼 대놓고 매관매직하는 관리를 풍자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양반을 놀리기만 하지, 죽인다거나 신분 계급 제를 뒤엎겠다는 발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체제 유지용으로 적합한 용도로도 보였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복을 받지 못한 것은 덜 성실하고 덜 착했기 때문이니, 더 노력하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이건 내가 비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네 장사의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Munchhausen, 1993’이 떠올랐다. 네 장사의 기이한 능력이 남작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구렁덩덩 신선비’는 어딘지 모르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시케 이야기’와 흡사했다. 어차피 비슷한 조상을 두고 각각 발전해온 문화이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한 걸까?

 

  이 책을 몇 년 더 일찍 알았다면, 막내 조카에게 자기 전에 들려줄 이야기를 고르느라 고심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젠 자기 전에 동화를 읽어달라고 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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