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Socialphobia, 2014

  감독 - 홍석재

  출연 -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최근 들어 SNS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적어도 한 개의 SNS를 사용하고 있는 요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없으면 이상할 것이다. 익명성에 기댄 악성 댓글이 아마 제일 큰 부작용일 것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다 하니까 따라한다는 자기 주체성의 상실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탈영병의 자살 기사에 악플을 남겨 네티즌들, 특히 남자들의 분노를 산 ‘레나’라는 유저가 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면 할수록 더욱더 수위가 높은 악플을 남겨 유명세를 탄다. 그러던 중 그녀의 신상이 털리면서, 인기 BJ가 주도한 ‘레나 현피 원정대’가 만들어진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지웅과 용민은 공부하던 중에 호기심에 그 팀에 참여한다. 레나의 집으로 의기양양하게 향하던 그들. 그런데 그들을 반긴 것은 레나의 싸늘한 시체였다. 그들은 살인자라는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모두의 분노를 사게 된다. 자살이라고 결론지어졌지만, 그들은 납득할 수 없다. 진범을 찾아 살인자라는 오명을 벗겠다고 결심하는데…….

 

  기본 설정과 줄거리를 보면 훌륭하다. 군중 심리로 줏대 없이 우왕좌왕하는,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남 탓만 하고, 남이 겪는 비극을 오직 구경거리로만 받아들이는 세태에 대한 비판을 하기엔 적합했다. 남의 집에 쳐들어가면서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이 정당화하고, 옆에서 댓글로 부추긴 주제에 이번엔 누구 탓을 할까 화살표를 돌리기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119에 신고하기보다는 자기들이 단 댓글 지우기에 바쁜 원정 대원들의 모습은 한숨만 나왔다. 남의 신상은 신나게 털면서 자기들 신분이 밝혀지는 것은 꺼려하고,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낄낄거리는 사람들의 행동은 세상이 말세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 혹시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이 영화는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약하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 온라인에 만들어진 가상현실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들이 해결하려는 레나의 죽음은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했는데,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자살로 결론지어졌지만 사는 사람이 없다고 현관문이 열려있고, 그 집은 너무도 깨끗했다. 노란 테이프가 쳐있는 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특히 사건 해결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했던 레나의 노트북이 먼지 하나 없이 책상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장면에서는, 웃음마저 나왔다. 어느 동네인지 몰라도 치안이 엄청 잘 되어 있는 곳인가 보다. 빈집털이도 없고, 동네를 배회하는 불량배도 없고, 빈 집 청소해주는 우렁 각시도 있고. 어딘지 알면 이사 가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중간에 떡밥이 몇 개 던져지는데, 말끔하게 해결된 건 없었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된 거야?라는 의문만 남을 뿐이었다. 그냥 지나가던 관종이 카메오로 출연했다고 보면 될까?

 

  결말은 음, 뭐라고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생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마무리였다.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내가 잘못되었을 때뿐이다. 내가 잘되거나 아무 일도 없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모든 것은 모호하다. 명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레나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밝혀졌지만, 이 영화는 죽음을 파헤치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지도 않았다. 추리 스릴러적인 면이 강한 것도 아니고, 사회고발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뻔 하다가 놓친 것 같다. 그냥 한 마리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아깝다.

 

  그리고 댓글이나 채팅을 보여주는데, 글자가 화면에 비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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