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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病院坂の首縊りの家, 1978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이번 이야기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이 나오고 3년 후에,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역시 세상을 떠난다.
책은 1,2권으로 나뉘어져있다. 그런데 1권은 1953년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고 있고 2권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73년에 벌어진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19년 8개월이라는 시간을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부침개라든지 핫케이크를 만들 때, 마지막에 만드는 것은 남은 재료를 다 넣기에 앞에 것들보다 더 두껍고 크게 될 때가 있다. 이번 이야기도 그런
느낌이다.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근친이라든지 불륜이 이번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대를 이어서! 무려 3대가!
본부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기에 불륜녀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양자입적하고, 사돈댁과 겹사돈을 맺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촌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그 아이가 자라서 또 불륜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또 친척끼리 결혼시키고……. 부모에게서 맞고 자란 아이가 커서 자기
자식을 때리는 부모가 된다는데, 바람을 피우는 것도 비슷한가보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가 커서 내연녀를 두니 말이다. 거기에 알고 보니
누나가 친엄마였고, 엄마로 알고 자란 사람이 사실 할머니이고. 이건 뭐 아침 드라마를 능가하는 막장이 상상된다. 개족보라고 하기엔, 개한테
미안하다. 개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하여간 저런 과거를 가진 유명 병원장 집안이 있다. 그 가문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비밀리에 의뢰를 한다. 납치당한 손녀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가문의 계보를 더듬어가던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사람. 사진관에서 일하는 청년인데, 비어있는 병원에서 결혼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손님이 수상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병원이 바로 손녀를 찾아달라고 의뢰한 집안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몇 년 전에 병원장의
내연녀가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납치당한 손녀와 그 내연녀가 남긴 자식의 행방을 찾아 헤매던 긴다이치. 그런데 그 병원에서
머리만 남은 시체가 발견되는데…….
사건은 너무 쉽게 풀려가는 느낌이 있었다. 범인이 편지를 남기고 잠적했으니까. 하지만 진짜 그 사람이 범인인 걸까? 게다가 모든 사건이 말끔하게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편지 때문에 자칭 살인 사건의 범인은 밝혀졌다고 해도, 유괴범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1권으로 끝나는 내용이었다면, 아마 혹평과 욕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사람들 소개만 하다가 끝이라고,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2권으로 이어지기에 다행이다. 1권에서 나왔던 그 많은 사람들이 2권에서도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면……. 다행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본처와 후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닮았다는 설정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다른 작품에서도 나온다.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그렇다면
상당히 오싹한 일이 될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너무도 닮은, 그래서 오싹하기도 하고 너무도 싫은 감정만 남아 있는 두
사람. 소설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 1881'의 두 사람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서로를 대했지만, 이 책의 두
사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비극이 일어난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