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2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假面舞踏會, 197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1권에서 설명이 끝났기에, 이번 2권에서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슬슬 사건에 대한 떡밥도 풀리고,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2권의 대부분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각자가 서로에게 숨기고 있던 증오가 드러나면서 덩달아 그동안 꽁꽁 감춰뒀던 비밀까지 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드러난 감정과 비밀들이 모이고 모여서 사건의 진상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아……. 인간이란 진짜……. 추악하고 이기적이고, 남에게 빌붙어서 이익을 취하는 모습이 마치 기생충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사회적 체면 때문에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온갖 사악한 짓을 일삼는 행태에서는 혐오감마저 들었다.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제목이 왜 '가면무도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온 것이다. 고상하고 인자한 화족 출신, 유명한 배우, 그리고 친절하고 다정한 선배라는 가면.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고 괴롭힐까 고민하고 자기 앞에서 아무 것도 못하는 상대의 모습에 희열을 느끼는 잔인한 표정이 숨겨져 있었다.

 

  사건의 범인이나 범인이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원인제공자도 물론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제일 사악한 심성의 소유자는 히구치 미사오였다. 아니 뭐, 이딴 X가 있는지 모르겠다. 크리스티의 소설에서도 동네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일을 다 알아내려고 애쓰는 할머니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녀들은 미사오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었다. 미사오 이 X는 진짜 사악하다. 자기를 선배라고 따르는 후배의 약점을 잡아서 말로 괴롭히는데, 옆에 있으면 패주고 싶었다. 얼핏 보기엔 후배를 걱정하고 위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정신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범인이 연쇄살인을 저지를 동기를 만들어준 사람 역시 사악하긴 마찬가지다. 자기 편하자고 남의 등골을 쪽쪽 빨아먹는 등골브레이커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질투란 무섭고 추악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 하나라도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속 시원하게 물어봤으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자기체면 때문에 모르는 척하는 바람에 갈등은 깊어지고 오해는 늘었으며 사건이 더 커진 게 아닐까?

 

  사건의 트릭은 음, 크리스티의 소설 '서재의 시체 The Body in the Library, 1942'와 비슷했다. 하지만 살해 수법이나 동기는 많이 달랐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역시 강간장면이 등장한다. 이 작가의 소설 중에 강간이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가 과연 있었던 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일본에는 강간이 그 정도로 흔한 일이라는 뜻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