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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평점 :
원제 -
假面舞踏會, 1976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이 책 '가면무도회 假面舞踏會, 1976'과 다음에 나온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病院坂の首縊りの家, 1978’은 지금까지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달리 두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얘기는 즉,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 사람들 각각의 사연이
다루어지기도 하고, 사건이 복잡하다는 뜻도 된다. 그런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 목록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나오는 사람 이름이 무려 한 페이지 빼곡히 적혀있었다. 게다가 일본
이름은 한국과 달리 길고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 읽을 때는 이름 한 번 확인해보고 책 읽기를 반복했다. 또한 인물들이 다 관련이 있어서 성이
똑같은 사람들이 서너 명 등장하기도 하는데, 누구는 이름으로 부르고 누구는 성으로 불러서 좀 헷갈렸다. 그런 초반의 혼란만 잘 조절하면, 그
다음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인물 설명을 보는 순간, 미국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상된 오토리 지요코. 유명 영화배우로, 총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공작의 혈통인 다다히로와 다섯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다. 혈육으로는 첫 번째 남편 야스히사와의 사이에서 딸 미사를 낳았는데, 야스히사의
어머니가 키우고 있다.
일 년 전 지요코의 첫 번째 남편인 야스히사가 가루이자와의 한 수영장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지만, 사고사로 매듭지어진다. 하지만 올해,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이었던 마키 교고가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게다가 네 번째 남편인 쓰무라 신지마저 행방불명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바로 가루이자와, 일본의 유명한 여름 휴양지이자 야스히사가 죽은 채로 발견된 곳이다. 그 때문에 우연히도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닌, 사람들이 죽지도 않고 올해도 또 모여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갑작스런 폭풍우와 정전으로 사건 현장에는 지문이라든지 발자국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왜, 지요코의 전남편들을 죽이고 다니는 걸까? 아틀리에에서 발견된 부러진 성냥개비 그림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리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정체는 누굴까?
1권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장소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각각의 사람들이 지요코와 얼마나 잘 연관이 되어있는지, 읽다보면
‘케빈 베이컨 법칙 Six Degrees of Kevin Bacon’이 떠오른다. 전남편의 전처, 전남편의 제자, 전남편의 제자의 친구, 현
애인의 딸의 남편, 전남편의 시어머니, 전남편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모두가 다 얽혀있었다. 이건 뭐, 가루이자와를 전세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개 부인이 죽으면 남편이, 남편이 죽으면 부인의 유력한 용의자인데 이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크리스티의 소설 ‘13인의 만찬
Thirteen at Dinner, 1933’이 떠오르긴 했지만, 이미 지요코는 여러 번 이혼을 한 여성이기에 해당사항이 없었다. 음, 그럼
부인을 제외하면 설마 그녀의 재혼 상대? 하지만 그 사람은 음, 그게 아니라면 그의 딸이나 사위? 유산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일까?
두께가 역시 만만치 않은 2권으로 빨리 넘어가야겠다. 그런데 긴다이치 탐정 실망이다. 시체를 보고 움찔하고 놀라다니. 만화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초등학생 들도 이제는 시체를 보고 눈 하나 깜짝 안하는데 경험이 더 풍부하고 나이도 지긋하게 드신 분이…….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