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 [링][그루지]제작진의 초대형 공포 프로젝트
Yam Laranas 감독, 제시 브래포드 출연 / 쌈지아이비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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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Echo , 2008

  감독 - 얌 라라나스

  출연 - 제시 브래드포드 , 아멜리아 워너 , 이자 칼자도 , 케빈 듀런드

 

 

 

 

 

  형량을 마치고 출소한 바비. 얼마 전에 변사체로 발견된 어머니가 살던 아파트에서 살기로 한다. 그런데 이 아파트,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집 안, 어머니의 공포에 질린 소리가 녹음된 테이프, 피와 살점이 붙어있는 부러진 손톱들……. 게다가 옆집 남자가 부인과 어린 딸을 폭행하는 소리에 경찰을 신고했지만, 막상 그 집은 비어있는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의 귀에는 여전히 맞으면서 아파하는 옆집 부인의 흐느끼는 소리와 어린 꼬마의 모습이 계속해서 보였다. 심지어 바비를 찾아온 친구 알리사의 귀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방관자 효과 (傍觀者效果, bystander effect)’, 다른 말로는 ‘제노비스 신드롬 Genovese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지나쳐버린다는 뜻이다. 이 영화는 방관자 효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영화 자체는 그렇게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늘어질 만하면 깜짝 놀라게 하는 편집은 괜찮았는데, 내용 자체는 좀 흔했다. 아무래도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비슷한 상황이나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신선한 재미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냥 단순히 ‘미국 판 주온이잖아.’라고 볼 여지도 있었다. 가족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자식을 감싸며 죽을 각오를 하고 맞는 어머니, 언제나 불안한 꼬마. 그리고 집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기본 구조만 보면 딱 일본 영화 ‘주온 呪怨 じゅおん, Ju-on, 2002’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주온과 다른 점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주온에서 나온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공격을 받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바비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맞서려고 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주온과 결말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사람들의 죄책감에 대해서도 약간 다루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나서겠지’라는 생각으로 외면한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주변인들이 이후 어떤 심정으로 지내는지 단편적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 때문에 그들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죄책감과 공포심이 그들을 더 묶어두었던 게 아닐까?

 

  우리나라는 개인의 가정문제에 제3자가 개입하는 걸 상당히 꺼려하는 편이다. 나중에 왜 신고했냐고 되레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부모가 자식을 훈육하느라 좀 때릴 수도 있는 것이고, 부인이 잘못하면 남편이 손찌검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여름이다. 창을 열어놓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만약에 어디선가 누군가 위험에 처한 소리가 들려올 때, 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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