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젼
소니픽쳐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Legion , 2010

  감독 - 스콧 스튜어트

  출연 - 폴 베타니 , 루카스 블랙 , 데니스 퀘이드 , 타이레스 깁슨

 

 

 

 

 

  이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많다. 어떤 것은 천재지변으로, 또 다른 것은 외계인의 습격으로, 또 어떤 것들은 질병이나 기후 변화로 지구는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된다. 아, 혜성이나 소행성의 충돌 같은 것도 지구가 위험에 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지구 멸망의 원인은 아마 성경에 기록된 종말의 날일 것이다. 언제인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여러 예언서에 분명히 올 것이라 기록되었기에, 좋은 소재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종교적인 면이 부각되는 점도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성경에 기록된 지구 종말에 대해 애기하는 것 같이 보였다. 두 천사,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을 벌하겠다는 천사 가브리엘과 아직 희망이 있으니 보류하자는 미카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가진 찰리와 그런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짐. 찰리에게 아이가 죽을 것이라 말하며, 그녀를 공격하려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존재들. 넓은 사막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에 고립된 사람들. 어떻게 보면, 재림하는 예수와 그 탄생을 막으려는 악마들의 공격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아기를 제거하려는 무리의 대장이 바로 천사 가브리엘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아이가 적그리스도인가? 미카엘이 아기를 보호해 신의 분노에서 인간들을 구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니다. 그렇다면 그 아기는 아무 존재도 아닌 걸까? 그런 거라면 가브리엘이나 미카엘이 그렇게 난리를 칠 필요가 없다. 결론은 그 아기는 신이 보낸 게 맞는데, 신은 그 아기가 태어나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인간들을 죽이라고 했다는 말이 된다. 헐, 몇 천 년을 참았으면서 그 몇 달을 못 기다리다니……. 그런데 또 이해가 안 가는 건, 미카엘이 신의 말에 반항하고 맞서 싸우는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브리엘만이 길길이 날뛸 뿐이다.

 

  헐, 그럼 뭐지? 겉으로는 인간을 멸종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가브리엘에게 교훈을 주겠다는 의도였던 것일까? 미카엘을 용서했다는 것은 인간을 죽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그냥 가브리엘에게 하지 말라고 명령만 내리면 끝날 문제였다. 그걸 굳이 하지 않고 미카엘로 하여금 가브리엘의 자존심을 깨트리게 했다는 건…….

 

  추악한 인간들에게 실망해서 다 죽이라고 명했다고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추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다. 사악한 존재들은 천사가 불러온 것들뿐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작고 허름한 식당에 가둬두고 공격하는 건 천사였다. 그런데 뭣 하러 쪼잔 하게 식당 하나를 공격 못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고위 장성이나 미 대통령을 조종해서 핵무기를 터트리면 금방 끝났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인원수로 밀어붙이거나. 사실 천사가 끌고 온 무리가 좀 많았다. 비록 총 한방에 나가떨어지긴 했지만, 총알이 무제한은 아니니까 계속 공격하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가브리엘은 전략전술적인 면에서 취약한 모양이다.

 

  지구 종말 영화는 거의 모두가 선한 인간 하나둘의 희생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세븐 사인 The Seventh Sign, 1989’에서는 단 한 사람의 희생으로 지구는 종말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 영화에서도 미카엘을 도와 찰리와 아기를 살리겠다고 애쓴 사람은 예닐곱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의로운 사람 열 명을 찾지 못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가 불쌍할 뿐이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지구 종말이 확실하게 오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건 뭐 나중에 어떻든 희망적으로 끝나니까 인간들이 반성을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누구 한 명이 희생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다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특히 간음하지 말고, 네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기는 성직자들부터 죽는 영화를 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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