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Maleficent , 2014

  감독 -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 안젤리나 졸리 , 엘르 패닝 , 샬토 코플리 , 레슬리 맨빌

 

 

 

 

 

  말레피센트, 그러니까 공주 오로라를 잠재우는 저주를 내리고 나라를 가시덤불로 뒤덮은 마녀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진짜 속이 배배 꼬여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글러먹은 인성을 갖고 있는 거였을까? 아니라면 왜 그랬을까?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읽고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은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은 영화이다. 왜 그녀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렀을까?

 

  영화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사랑’과 ‘배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사랑과 전쟁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말레피센트는 크고 아름다운 날개와 환한 미소를 가진 귀여운 어린 요정으로, 비옥한 땅을 노리는 인간에게서 요정들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인간 소년 스테판. 그를 믿었던 말레피센트는 자신의 약점을 말했고, 권력에 눈이 멀게 된 스테판은 그것을 이용해 그녀를 파멸시켰다. 몰래 그녀의 날개를 잘라낸 스테판은 공주와 결혼해 왕위에 올랐고, 말레피센트는 배신감에 눈물을 흘리며 그 전까지의 환한 미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복수심에 불타 스테판의 딸인 오로라에게 바늘에 찔려 잠이 들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 그녀. 하지만 어린 공주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난 너를 믿었기에 내 비밀을 알려줬고,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만났던 날 밤에 넌 내 날개를 잘라가졌고 딴 여자와 결혼을 했었지~ 그제서야 난 느낀 거야 진정한 사랑이란 없다는 걸~’ 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말레피센트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기위해, 스테판 왕이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흐음, 나중에 혹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 서사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그녀를 배신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러면서.

 

  말레피센트가 오로라에게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으로만 깨어날 수 있다고 저주를 내린 것은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스테판이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그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일부 몰지각한 남자들, 특히 권력가들이나 야심가들의 속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막말로 술 취해 쓰러져있거나 잠자는 여자를 어떻게 해보지 못해 안달이 난 XX들이 많은데, 오로라는 요정의 주인공 보정으로 엄청 예쁘기까지 한 소녀다.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어디 한 번?’이라는 마음으로 집적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은 개뿔, 오로라의 입술이 닳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 잔혹 동화 버전이었던가? 거기서 잠자는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지 않는다. 왕자가 왕이 될 때까지, 나중에 임신해서 그 아기들 때문에 눈을 뜰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그의 섹스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온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그런 이유로 오로라에게 왕자가 키스해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입술부터 들이대니까. 마음이 다급해진 요정 대모들은 급기야 남자란 남자는 다 끌고 올 기세였다.

 

  나중에 오로라가 눈을 뜨긴 한다. 왕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키스 때문에. 그 장면을 보고 디즈니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왕국 Frozen, 2013’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족 간의 사랑이고, 달리 보면 성별과는 관계가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긴 사랑에 나이나 성별, 국적이 무슨 상관일까.

 

  마녀 역할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훌륭했다. 너무 훌륭해서 공주는 빛을 잃었고, 왕자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공주도 왕자도 아니었다. 순수했던 소녀가 배신당한 여인이 되고, 독기를 품었던 그녀가 어떻게 예전의 마음을 되찾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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