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갈이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3
한영미 글, 남궁선하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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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한영미

  그림 - 남궁선하

 

 

 

 

 

  ‘괴롭힘’은 모두가 다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른 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가족을, 자기 동료를, 자기 후배를 더 나아가 모르는 사람까지. 문제는 그게 괴롭힘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괴롭힘은 대물림이 되고 있다. 어른들이 어떤 행위를 괴롭힘이라고 알지 못하고 또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본받아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

 

  이 책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학기 첫 날,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걸린 수아. 튀어나온 입과 엄마 취향의 프릴 달린 원피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 얼짱이라는 태영이에게서 ‘못생겼다’는 말과 함께, 그 일당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는데……. 동생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태영이와 그 일당들 때문에 수아는 어쩔 수 없이 그 애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요즘 아이들의 괴롭히는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금품 갈취는 기본이고 자기들이 할 일을 대신 시키거나, 폭행 같은 신체적 물질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까지 가하고 있다.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 피해아이가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거나, 카톡방을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거기에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까지 가한다. 전학을 간다고 해도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먼 거리쯤은 문제가 아니다.

 

  주동자와 동조자 그리고 방관자만이 남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고립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걔가 당할 만하니까 그랬겠지.’라고 말하거나, ‘걔는 너무 나대서 좀 괴롭힘을 당해도 싸.’라는 말이 돌아오는 곳이 더 많으니까. 학교는 가능하면 큰 문제없이 쉬쉬하면서 넘어가길 바라고, 부모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약자를 하나 정해서 집단으로 괴롭히는 것이 더 나아가 학교 신입생 군기 잡기, 후임 군기 잡기, 입사 후배 군기 잡기라는 개똥같은 행위로 변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전해지고 있다.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시키는 교육이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나보다 뚱뚱하니까, 키가 작으니까, 목소리가 크니까, 공부를 못하니까, 선생님에게 많이 지적당하니까 괴롭혀도 괜찮아. 사회 생활할 때는 나보다 어리니까 괴롭혀도 괜찮아. 이런 인식이 팽배해있어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약자라고 인식하고 온갖 괴롭힘을 행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뚱뚱하고 키가 작고 목소리 크고 공부 못하는 게 어때서? 나이가 어린 게 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 정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성도 길러주지 못하는 사회라서 인종 차별, 성차별, 성소수자 차별, 학력 차별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 쓰다 보니 흥분했다.

 

  괴로워하던 수아는 엄마 가게에서 일하는 벙글 씨의 조언으로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맞서기로 결심한다. 어른들은 둔해서 잘 알아채지 못하니까 적극적으로 은밀하게 알리고, 방패말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놀림을 맞받아치기로 한다. 아이들이 입이 튀어나왔다고 갈갈이라고 놀리면, ‘슈퍼 갈갈이’ 줄여서 슈갈이라고 부르라고 대응하는 것이다.

 

  결론은 아이들 동화답게 해피엔딩이었다. 현실에서처럼 당할 만하니까 당했다고 반박하는 부모들도 없었고, 다들 사과를 했다. 태영이가 여왕으로 군림하려고 한 이유가 가정형편 때문이라는 것이 좀 식상하긴 했지만, 모두들 화해하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다시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안 좋은 아이들만 남을 괴롭히는 건 아닌데……. 예전에 읽은 ‘양파의 왕따 일기’도 비슷한 경우였다. 어쩐지 그런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꼭 불우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니까.

 

  하여간 남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놈들은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어릴 때는 몰라도, 나잇살 먹어서도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은 진짜 밑바닥까지 겪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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