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자니? (양장) 단짝 친구 오리와 곰 시리즈 1
조리 존 글, 벤지 데이비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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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조리 존

  그림 - 벤지 데이비스

 

 

 

 

 

  눈 밑에 다크 서클까지는 아니지만, 보자마자 '얘 피곤하구나.'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곰 한 마리가 있다. 피로회복제라도 먹으라고 손에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피곤함이 느껴지는 곰이었다. 이제 그는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자려고 한다.

 

  바다 속을 누비는 활어처럼 힘차게 펄떡이고 생생한 오리가 한 마리 있다. 낮에 낮잠을 푹 잤는지 아니면 레드불이나 핫식스를 마셨는지,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고민이다. 결국 오리는 옆집에 사는 곰과 놀기로 마음을 먹고, 그를 찾아가는데…….

 

 


 

  처음 볼 때는 곰이 참 착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니, 착한 것보다는 배려심이 철철 넘치는 것인지 아니면 오리를 짝사랑해서 잘 보이고 싶어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잠들만하면 놀자고 찾아오고 심지어 가택침입까지 하는 오리에게 짜증도 안 내고 좋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왜 곰처럼 미련하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 물론 마지막 부분에 곰도 못 참겠는지 화를 버럭 내긴 한다.

 

  그래도 착하다. 나 같으면 그 전에 잠자는 걸 방해한다고 난리를 피웠을 텐데……. 내 조카들은 고모가 잘 때 방해하면 고모가 불을 뿜는 괴수로 변한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터득했기에, 절대로 방해하지 않는다. 역시 초장에 길을 잘 들여야 나중이 편한 법이다. 음, 곰은 설마 오리에게 호구였던 걸까?



 

  그런데 두 번째 읽을 때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처음 느낀 것처럼, 그냥 막연하게 곰처럼 착하게 친구를 배려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두 친구를 비교하면서, 이웃과 친구에 대한 예의를 얘기하는 것 같았다. 오리와 곰, 두 가지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해서,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어떻게 대응했을지 생각해보라는 책 같았다. 오리의 입장에서 왜 자꾸 곰에게 찾아가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동시에 곰의 입장에서 자신이 뭔가 하려는데 친구가 방해하면 어떨지 각각 상황을 바꿔가면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었다.

 

  오리에게 곰은 어떤 친구이기에, 늦은 밤까지 자꾸 놀자고 하는 걸까? 자기 말 잘 들어주는 만만한 상대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혼자서 외롭고 심심할 때 의지가 되는 친구라서 그랬을까? 나중에 화를 내긴 했지만, 그 전까지 왜 곰은 오리가 자꾸 찾아와도 싫은 내색을 별로 하지 않았을까? 그 애가 와주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의 친구라는 걸 알아서 내버려둔 걸까? 마지막에 곰이 버럭 화를 내는데, 과연 다음날 둘은 예전처럼 웃으면서 놀 수 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여러 가지 생각과 의문 그리고 뒷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르는 동화였다.

 

 

 

  조카의 한 줄 평은 ‘왜 오리 엄마아빠는 애가 밤에 나가게 내버려두는 거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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