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 - 윤해환

 

 

 

 

 

  첫 장을 보자마자, ‘음? 이건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픽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팬픽도 출판이 가능하던가? 아하,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저작권이 만료되어서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모든 것을 한국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우선 주인공 탐정 이름부터 설록수이고 바이올린 대신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사건들 역시 셜록 홈즈가 해결했던 사건들을 한국 배경으로 한국의 설정에 맞춰 변형했다. 베이커가 소년 탐정단도 나온다. 설록수에게서 과외를 받는 공부방 학생들이다. 모리아티에 해당하는 인물도 백수당 당주라는 이름으로 출현한다.

 

  다만 그가 하숙하고 있는 집주인은 원작 이름대로 허드슨 부인이다. 그녀만은 한국화하지 못하고 외국인이라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베이커 가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 그 부분만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외국인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책에는 총 다섯 개의 사건이 수록되어있다. 『타임라인 연구』는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 1887’가 연상된다. 그리고 『얼룩 띠가 아니라 뱀』은 ‘얼룩 띠의 비밀’이, 『협찬은 아무나 받나』은 ‘녹주석 보관’, 『금촌의 늙은 마법사』는 ‘장기 입원 환자’를 각색했다. 셜록 홈즈 전집을 읽은 다음에 이 책을 보니, ‘아, 이건 그 사건이구나!’하고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열여덟 번째 암자』는 금방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라이기트의 수수께끼’를 원전으로 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탐정 설록수의 가장 큰 특징은 ‘트잉여’라는 것이다. 셜록 홈즈가 신문이라든지 연감 같은 걸 모으고 외우면서 모든 사건사고의 소식에 민감했다면, 이 책의 설록수는 실시간으로 타임라인을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한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팔로우하고 있다는 걸까? 그 사람들이 직접 올리거나 리트윗하는 글의 수가 어마어마할 텐데……. 하긴 그걸 다 읽고 있으니 트잉여이고 이상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거겠지.

 

  왓슨에 해당하는 김영진은 싸이월드에 설록수가 해결한 사건들에 대해 기록한다. 원작에서는 책으로 내지만, 여기서는 미니 홈피에 기록할 뿐이다. 이왕 기록할 거면 소설 연재 사이트에 올려서 출판제의를 받는 기회도 노려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소설이 아니라서 안 되는 건가…….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굳이 셜록 홈즈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야기들이 꽤 짜임새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셜록 홈즈 사건들을 차용했기 때문에 짜임새가 있는 걸까? 하지만 허접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쓰면 셜록 홈즈를 차용했어도 어설펐을 텐데,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호기심을 갖게 하고, 사건의 진행을 한눈팔지 않고 따라가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거나 온라인으로 맺어진 인연에 대해 일침을 놓는 말도 가끔 나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도 있었다. 거기다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셜록 홈즈 팬픽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면도 있었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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