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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신재영 감독, 정경호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3월
평점 :
감독 -
신재영
출연 - 정경호 , 정유미 , 김새론 , 최덕문
서울 강북 한 동네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증거도 남지 않아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언론은 연일 보도를 해대고, 실종자 가족들은 애가 탈 뿐이다. 그런 가운데 학교에서 돌아오던 한 여학생이 사라진다. 학생의 아버지는 택시를
운전하며 딸을 찾는 전단을 뿌리고 다닌다. 한편 말 못하는 동생인 김새론은 퇴근하는 언니 정유미를 마중하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납치를 당한다.
영상 통화를 하다가 자신의 눈앞에서 동생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언니.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기를 따라 맨홀로 들어간다.
그리고 CCTV를 통해 맨홀 속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실종 여학생의 아버지도 역시 그곳으로 향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냥 답답했다. 아니, 왜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게다가 이건 뭐……. 하아…….
맨홀 뚜껑에서 피 묻은 사람 머리카락을 발견했고, 허가받지 않은 전기선이 맨홀 아래로 연결된 것을 발견했으면, 의심을 해야 한다. 의심까지
못하더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봐야한다. 왜냐고? 그 동네에서 사람들이 실종되어 전국이 들끓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건 신고를 받았으면 우선 재빨리 대응을 해야 한다. 동생이 납치된 것 같다는데 신고를 받는
경찰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후반부에서 땅 밑에 뭔가 있음을 직감한 경찰이 지원 요청을 했지만, 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단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왜냐고? 위에도 썼지만,
그 동네에서 사람들이 열 명 이상 실종되어 전국이 들끓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경찰은
너무도 느긋하다. 여기 나오는 경찰은 전부 무능하고 느긋하기만 하다.
애타는 건 사라진 딸과 동생을 가진 아버지와 언니였다. 그들은 가족의 행방을 찾아 그 어둡고 깊은 땅 밑으로 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왜 신고를
해서 경찰과 같이 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을까? 위에서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하지만 동생의
휴대폰의 위치추적기나 CCTV를 보여준다면 경찰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하긴 만약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빨리 찾고 봐야겠지.
범인이 사람들을 잡아가는 이유는, 다른 미국 범죄 수사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너무 밋밋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잡아가는 다른 영화를 보면,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범인의 비정상적인 면을 부각시키곤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범인은 너무
평범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했다. 미친놈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카리스마도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좀 어설펐다. 특이점이라면 총을
맞아도 그리 아파보이지 않았다는 것 정도? 경찰에게서 빼앗은 점퍼가 방탄효과도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영화는 너무 어두컴컴했다. 지하 땅 속이라는 걸 감안해도, 밝기를 최대로 해보았지만 여전히 화면은 깜깜했다. 원래 그렇게 찍었나보다.
너무 깜깜해서 모두들 얼굴에 시꺼멓게 칠하고 나오면 구별하기 힘들었다. 특히 형사와 실종자 아버지가 그랬다.
거기다 후반부에서 보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려달라고, 제발 감동적인 가족애를 느껴달라고 대놓고 강요하는 듯한 장면들은 하아…….
범인의 사이코적인 면을 좀 더 부각시키고, 사람들의 행동이나 대사에 좀 더 진지함과 개연성을 넣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넓은 장소에서 사람들을 우왕좌왕 방황하게 하지 말고, 좀 더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나게 했다면 더 짜임새 있는 추격전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한전도 문제다. 지하에서 범인이 많은 모니터를 설치하고 보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고? 전기세도 안 내고, 몰래 끌어다
쓰는 거였는데? 그동안 점검을 한 번도 안 한 거야?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