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나라
김나영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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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나영

 

 

 

  한국 도박계의 거물인 강 회장에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를 둔 재휘는 아버지의 의형제인 용팔의 보살핌으로 강원랜드에서 딜러로 일을 하고 있다. 천재적인 도박사의 재능은 철저하게 숨기고 말이다. 한편 아버지의 빚 때문에 강 회장에게 쫓기던 여고생 선영은 우연히 재휘와 용팔을 만난다. 선영의 아픈 과거, 그러니까 아버지가 강 회장과의 내기 도박에서 딸마저 판돈으로 걸었다가 패하자 자살했다는 사연을 들은 두 사람은 그녀를 돌봐주기로 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포커를 배우겠다는 선영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복수 대신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는 재휘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엮어주려는 용팔. 시간이 흘러 세 사람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 회장이 파놓은 함정이 세 사람을 노리는데…….

 

  예전에, 동생과 함께 비디오 가게에서 홍콩 영화를 자주 빌려보곤 했다.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주성치 등등이 출연하는 영화가 꽤나 인기였다. 그 당시 구숙정이나 장민은 여신 그 자체였다. 하여간 무협에서부터 시작해 현대물까지, 코미디부터 진지한 극까지 동생과 방학이나 주말만 되면 열심히 보았던 것 같다.

 

  그 때 주윤발이 나오는 ‘도신 God of Gamblers, 1989’ 시리즈를 참 인상적으로 보았다. 카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임산부까지 죽이는 장면은 아직도 충격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가 주성치와 찍었던 ‘도성 All For The Winner, 1990’도 배를 잡고 웃으면서 본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그냥 코미디였다. 하여간 그런 영화들을 통해서 카드 게임이라는 걸 처음 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카드 게임을 잘 하는 건 아니다. 난 아직까지 고스톱도 치지를 못한다.

 

  이 소설은 나에게 주윤발과 주성치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 예를 들면 이기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얍삽함과 비열함,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눈물 흘리던 순정, 믿었던 상대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 그리고 마지막 역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상대를 누르는 통쾌함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강회장의 비열함은 그야말로 욕이 절로 나왔고, 선영이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 달려온 재휘가 잡히는 과정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저런!’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죽을병에 걸리고서도 재휘와 선영을 위해 뭐든지 하려고 애쓰는 용팔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새삼 깨닫기도 하고, 선영과 강 회장의 모든 것을 건 마지막 판에서는 너무 집중을 해서 책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띠지와 표지 조금 구겨졌다. 아, 아까워라.

 

  책은 시원시원하게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도박, 도주, 입문, 역습, 재기, 그리고 반격까지 중간에 손을 놓기가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재휘와 선영의 연애 염장질은 빼놓지 않았다. 하긴 그 과정이 사라지면, 나중에 두 사람의 심리 변화라든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은 무척이나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3대에 걸친 도박 천재의 탄생이 의미심장하긴 하지만, 적어도 3대째의 꼬마에게는 든든한 보호자가 둘이나 있으니까 잘 자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포커가 그렇게 재미있나? 올해엔 고스톱이나 좀 배워볼까? 이렇게 바다별은 도박의 늪에 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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